‘무를 잘고연한것으로 졍하게시서서 소곰에저려가지고 항아리에담되 무한켜를느코 고초 파마늘을 대강숭숭써러 느흔후…’(무를 작고 연한 것으로 깨끗이 씻어서 소금에 절여 가지고 항아리에 담되 무 한켜를 넣고 고추 파 마늘을 대강 숭숭 썰어 넣은 후…)
일제강점기 재야 지식인 이용기(1870~1933) 선생이 100년 전 정리한 ‘동침이(동치미)’ 담그는 법 일부다. 현대 한글과는 조금 다르긴 해도 묘사만으로 시큼한 동치미가 생각나 군침이 돈다.
경성 토박이었던 이용기 선생은 1924년 이 동치미 요리법을 포함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을 펴냈다. 조선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최신 요리책이란 뜻이다. 밥 짓는 법부터 장 담그기, 국 끓이기 등 790가지 요리법이 소개돼 있다. ‘조선무쌍…’은 첫 출간된 1924년부터 제3판 증보판이 나온 1936년까지 19년 간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음식 책으로서는 처음으로 표지에 그림을 넣어 채색까지 한 덕에 당시에도 세련된 요리책으로 통했다.
‘조선무쌍…’이 약 100년 만에 복간됐다. 당시 한식 레시피가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담겨 있는 데다 책 표지와 글씨체도 원본을 따랐다. 누런 종이에 세로쓰기, 옛 한글이 어우러져 마치 100년 전 책 원본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든다. 피시볼, 이탈리아 스프, 코코아케이크 등 서양요리법까지 소개돼 있으니 오늘 날 밥상을 위해서도 손색이 없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이용기 지음
라이스트리 발행ㆍ328쪽ㆍ2만2,0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