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방침 확고…5년간 50조 투자 계획대로 실행”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17일 대법원에서 뇌물공여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자 오랫동안 지속돼온 경영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약 3년 반 동안 그룹을 옥죄어 온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롯데 안팎에서는 앞으로 그룹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졌다.

롯데지주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그 동안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2심에서 대부분 무죄로 인정됐던 경영비리 혐의 중 일부를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해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그러면 집행유예가 어려워져 또 실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약 8개월 간 롯데는 해외투자를 비롯한 주요 사업이 큰 차질을 빚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 불확실성을 털어낸 만큼 신 회장이 지금까지 중점 추진해온 ‘뉴 롯데’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롯데의 핵심은 지주회사 체제 확립이다. 지난해 10월 구속에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한 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에 편입하고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며 지주사 체제 확립에 속도를 냈다.

이제 남은 건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지분 비중이 커 롯데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주주 지분율을 낮추고 향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게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최종 목표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호텔롯데 주요 사업인 면세점의 지난해 영업이익(1,577억원)이 전년(3,435억원)의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상장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일본과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호텔과 면세점 경영 여건도 나빠졌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방침은 확고한데, 먼저 호텔롯데나 면세점 실적이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의 모습. 이곳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유지 여부가 이날 나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법원 판결과 함께 관심사로 떠올랐다. 뉴시스

이날 대법원 판결과 함께 롯데면세점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의 운명도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롯데는 2015년 11월 상실한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이듬해 12월 다시 따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면세점 사업권을 기대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정한 K스포츠재단에 2016년 3월 70억원을 건넸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에서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뇌물을 건넨 건 맞지만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고 면세점과 관련한 특혜는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점 운영인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권을 받으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재계 한편에선 관세청이 이 법규를 해석하며 롯데가 부정한 방법을 썼다고 볼 경우 사업권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만약 월드타워점 사업권에 문제가 생긴다면 호텔롯데 상장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월드타워점이 롯데면세점 내 매출 2위 매장인 만큼 기업가치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업권 취득 과정엔 부정한 방법이 없었다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 만큼 법리적으로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경영 복귀 직후 “국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쳐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고용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해 국내 재계 인사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을 갖기도 했다. 롯데는 이 같은 투자·고용 계획을 변함 없이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부지 조성 중인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과 2, 3년 전부터 본격 추진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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