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준 기자

# 여성 래퍼 윤훼이가 등장하자 심사위원들이 ‘모델같다’ ‘예쁘다’는 말을 한다. 윤훼이를 자신의 팀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칭찬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남성 래퍼를 끌어들이기 위한 칭찬 (랩 실력 칭찬 등)과는 사뭇 다르다. (‘쇼미더머니 8’)

# 한 남자 개그맨이 좋아하는 음식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전하며 훌쩍인다. 그러자 다른 남자 개그맨은 “남자가 뭐 그런 걸로 임마”라는 말을 하며 머리를 쥐어박는다. 성별 고정관념이 스며든 발언이다. (‘코미디 빅리그’)

TV 예능ㆍ오락프로그램에 외모 지적ㆍ성별 고정관념을 담은 차별적 유머가 여전히 많이 쓰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연자의 성비불균형도 심각했다. ‘재미있다’는 이유로 방송들이 차별 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YWCA가 공개한 지상파ㆍ종합편성채널ㆍ케이블 방송 예능ㆍ오락프로그램의 양성평등정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예능ㆍ오락프로그램 출연자 중 남성은 251명(70.5%), 여성은 105명(29.5%)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등장했다. 모니터링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시스템 상 인터넷 조회수 상위 18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8월 11~31일 진행됐다.

특히 축구를 주제로 한 JTBC의 ‘뭉쳐야 산다’에서는 남성만 23명이 등장했고, 힙합을 다룬 ‘쇼미더머니8’에는 남성이 60명 등장했지만 여성은 3명만 나왔다. 남성중심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소재에는 여지없이 성비불균형이 심각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제외한다 해도 남녀 성비는 6대 4 정도로 남성이 많았다. 특히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수록 남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주진행자 24명 중 남성은 18명(75%)인 반면 여성은 6명(25%)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여성 출연자는 30대 이하(67.6%)가 많은 반면, 남성은 30대 이상 출연자(66.9%)가 더 많았다. 50대의 경우 남성출연자(19명)는 여성출연자(5명)에 비해 3배 이상이었다.

프로그램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경우는 34건으로 성평등 관련 내용(5건)보다 7배 많았다. 성차별적 내용으로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21건(61.8%)으로 가장 많았고,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9건(26.4%) 등이었다. 특히 외모를 평가 한 사례 중 여성이 대상이 된 경우는 14건으로 남성(7건)의 2배였다.

서울YMCA는 “개그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외모 비하가 주를 이룬다는 것은 한국에서 예능 속 유머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걸 보여준다”며 “타인의 외모에 대한 조롱, 미화, 평가는 유머가 아닌 차별이며 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사후 심의하지만, 성평등 관련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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