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저녁(현지 시간) 홍콩 카오룽반도의 으슥한 거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는 한 남성에게 모여들었다. 온통 피로 물든 붉은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그리고 백팩을 맨 남성은 흰색 승용차 옆에 쓰러진 채 멍한 눈빛으로 주변 사람들을 응시했다. 남성의 이름은 지미 샴. 그는 최근 수개월 간 송환법 반대를 주장하며 홍콩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 단체 민간인권전선의 대표였다.

홍콩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 대표가 쇠망치를 든 괴한들로부터 참혹한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벌어진 사건을 두고 ‘백색 테러’로 해석하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폭력조직인 삼합회 소행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 홍콩 현지 언론은 지미 샴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7시 30분쯤 정체불명의 괴한 4, 5명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쇠망치로 보이는 둔기로 지미 샴 대표의 머리와 팔 등을 마구 내리쳤다고 전했다. 바닥에 쓰러진 지미 샴 대표를 돕기 위해 행인들이 접근했으나 괴한들이 칼 등을 휘두르며 막았다고 한다. 범행 후 괴한들은 미리 준비한 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권전선은 수 개월간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로, 지미 샴 대표는 사건 당시 오는 20일로 예정된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 준비를 위한 회의에 참석차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미 샴 대표는 지난 8월에도 한 식당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로부터 야구방망이 등으로 공격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미 샴 대표 외에 야당인 데모시스토당 관계자, 반중국 성향 언론사 관계자 등이 괴한의 테러 표적이 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지미 샴 대표 사건도 시위에 반대하는 집단이 행한 ‘백색 테러’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이다. 민간인권전선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정치적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범인들의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이번 지미 샴 대표 피습 사건이 친 중국 성향 범인들의 백색 테러가 아닌 폭력조직의 단순한 보복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일보에 자신들의 영상을 공유한 친중국 성향의 페이스북 페이지 홍콩트루스(Hong Kong Truth) 관리자는 “(지미 샴 공격 범인은) 시위대가 부순 마작 상점을 운영하는 삼합회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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