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속 남녀 주인공 선영(공효진)과 재훈(김래원)은 85년생 동갑, 한국나이로 35세다. 최근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에선 '30대 연애' '30대 남녀 심리' '30대 연애가 어려운 이유' 등의 제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어려워진 요즘 사람들의 연애를 발칙하게 파헤친 작품이 바로 '가장 보통의 연애'다.
지난해 9월 본지가 단독 보도한 <공효진X김래원, '눈사람' 이후 15년 만에 영화로 재회> 기사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 2일 '가장 보통의 연애'가 개봉했다. 벌써 223만 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극장가에 오랜만에 로맨스 열풍이 불어 반색하는 이들이 많다.
공효진은 전 남친에게 뒤통수를 맞은 오선영 역을 맡았고, 김래원은 연인과 파혼 후 상처 입은 이재훈을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김한결 감독은 "로코퀸과 로코 황제, 이들의 귀환을 보고 싶었다"고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그린다.
특히 공효진이 연기한 선영 캐릭터가 흥미롭다. 남자친구와 할 말 못 할 말 쏟아내며 헤어졌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냉철한 여자다. 남자를 유혹하는데 능숙하고 여우 같지만,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하는 선영은 두터운 방어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그의 벽은 허물어지고 마음 속 상처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남자친구를 사귄 이후부터 '헤픈 여자' 취급을 받았다는 그의 고백은 가벼운 연애와 잔인한 시선에 난도질 당한 한 여성의 슬픔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직장에서 유부남을 유혹했다는 악성루머에 시달려 고통 받았고, 소문은 돌고 돌아 다시 선영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목선이 드러나는 브이넥 블라우스를 즐겨입는 선영에게 왜 그런 옷을 입냐고 묻는 재훈의 물음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다. 다소 자유로운(?) 성격 덕에 불편한 주위 시선을 상당히 오랜 기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영은 "예쁘잖아요"라며 쿨하게 응수한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 공효진은 "선영은 화끈하면서도 솔직하다. 대본에서는 더 적나라해서 수위 조절을 하기도 했다. 찍으면서 색다르기도 했다. 희열도 있었다"고 연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매일 술 없이 살지 못하는 재훈의 처지는 또 어떤가. 파혼한 전 여자친구를 향해 "자니" "뭐해" "나쁜 X아" "미안해"를 반복하는 재훈이 보여주는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그야말로 웃프다. 카톡의 1(읽음 표시)조차 없어지지 않는 마당에 혼자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후회한다. 술을 마시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기억도 안 나는 통화를 2시간이나 해대는 민폐형 남주지만, 마음 한 켠에 애잔한 마음이 생긴다.
'가장 보통의 연애'의 가장 큰 매력은 미화되거나 과장된 연애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의 흑역사가 거침없이 까발려지고, 눈뜨고 못 볼 만큼 부끄럽고 지질한 행동들도 과감하게 공개된다. 감독은 주변 여러 커플을 면밀히 관찰하고 인터뷰해 세심한 연출을 완성했고, 이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선영과 재훈을 엮는 것은 결국 '술'이다. 두 사람이 만취 상태로 게임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웃음포인트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 덕이 컸겠지만, 아픔을 딛고 가까워지는 둘의 모습에 왠지 모를 웃음이 난 것도 사실이다. 한없이 가볍거나, 무턱대고 어려운 것만이 이 시대의 연애가 아님을 믿고 싶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