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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고려호텔 식단으로 식사 해결…경기 다음날은 호텔에 ‘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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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고려호텔 식단으로 식사 해결…경기 다음날은 호텔에 ‘콕’

입력
2019.10.16 21:07
수정
2019.10.1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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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 평양원정 뒷얘기

Figure 1 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손흥민 등 한국 축구대표팀이 입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Figure 1 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손흥민 등 한국 축구대표팀이 입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9년만에 평양에서 치러진 축구 A매치(남자 대표팀간 경기)를 마친 대표팀 선수들은 외출은 물론 사소한 대화조차 자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은 자체 식단 대신 숙소인 고려호텔에 마련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15일 평양 김일성운동장에서 북한을 상대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치른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한국에 도착한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전날 북한과 0-0 무승부를 거둔 뒤 선수단은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선수들은 평양행 여정의 고단함 탓인지 오랜 잠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16일 오후까지 휴식이 보장됐음에도) 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했으며, 호텔 직원들도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질문에 대답도 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원칙적으로 고기나 해산물을 반입하기가 어려워 호텔 식단으로 식사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협회는 식재료 반입이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선수들에게 최적의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일단 고기ㆍ해산물 등 식재료를 준비해 출발했다.

애초 4만명의 북한 응원단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던 벤투호의 '평양 원정'이 사실상 무관중 경기로 킥오프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애초 4만명의 북한 응원단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던 벤투호의 '평양 원정'이 사실상 무관중 경기로 킥오프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선수단도 북한의 무관중 경기 결정에 다소 놀랐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무관중 경기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조차 경기 직전까지 전혀 몰랐던 일이다. 무관중 경기 계획은 사전에 알려졌는지, 경기장 밖에도 인파가 몰리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생중계도, 관중도 없이 치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셌다.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잔니 인판티노(49ㆍ스위스) FIFA 회장은 16일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러웠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평양을 전격 방문해 경기를 관전한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국제사회 상식을 크게 벗어난 북한의 경기 운영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적인 경기인 만큼 관중석이 가득 찰 것으로 기대됐는데,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럽다”며 북한이 한국은 물론 외신기자의 취재를 막고, FIFA나 AFC에 별다른 예고도 없이 무관중 경기를 택한 데 따른 불만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짚으며 “경기 생중계와 비자 발급 문제, 외국 기자들의 접근에 관한 이슈들을 알고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북한축구협회에 제기했고, 축구가 북한과 세계 다른 나라들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남북전을 관전한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면 이날 관중석엔 일반 관중 대신 북한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곳곳을 감시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전반 격렬한 경기 속에 물리적인 충돌 위기도 맞았다. 이 장면을 두고 베리스트룀 대사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오늘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며 에둘러 무관중 경기 실황을 전했다.

북한 주재 요하임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가 15일 오후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경기를 관람하며 찍은 양팀 선수들간 충돌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요하임 베리스트룀 트위터 캡처
북한 주재 요하임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가 15일 오후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경기를 관람하며 찍은 양팀 선수들간 충돌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요하임 베리스트룀 트위터 캡처

외신들도 이례적 무관중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CNN은 “한반도의 새로운 긴장 국면 속에 경기가 열렸다”며 ‘우리 여행그룹이 경기를 볼 수 없다고만 할 뿐,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해 무척 실망스럽다’는 북한전문 여행사 관계자 말을 전하면서 폐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경기’라는 제목으로 “중계방송도, 팬도, 외신도, 골도 없었던 경기”라고 보도했다.

AFC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경기에서 FIFA 규정을 어긴 사례는 없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과 스태프가 귀국한 뒤 중계와 관중이 없었던 이번 경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진행할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했다. FIFA와 AFC는 통상적으로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개최국이 원정팀 취재진과 응원단 활동에 협조하는데, 이들의 방북이 무산된 데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보겠단 얘기다. 한편 한국 축구팬들은 17일 오후 평양원정 경기를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정상적인 경기 영상을 북한 측에서 넘겨받는다면 17일 오후 5시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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