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저축은행에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액의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규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특히 고금리 대출을 줄이려는 의도인데, 저축은행들은 이에 최근 저금리 환경을 이용해 최대한 예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간 은행과 상호금융에 적용하던 예대율 규제가 내년부터 저축은행에도 적용된다. 시행 첫 해인 내년에는 110%, 2021년부터는 은행과 동일한 100%를 적용 받게 됐다. 직전 분기 말 대출 잔액이 1,000억원 이상인 저축은행이 해당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69개 저축은행이 적용 대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의 여신(대출)총액은 62조832억원, 수신(예금)총액은 61조9,383억원이다. 여신을 수신으로 단순히 나누면 예대율은 100.1% 수준이 되는 셈이다. 다만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 20% 이상 대출에는 30% 가중치가 부여되고, 햇살론 등 정책자금 대출은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이들 대출 비중에 따라 개별 저축은행의 예대율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예대율 관리를 위해 분자인 대출을 축소하기보다는 분모인 저축 금액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과 대조적으로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재 저축은행의 평균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2.40% 수준이다. 올 1분기말 연 2.2%대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9월 초 2.4% 후반대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측하면서 다시 한 풀 꺾였다. 하지만 평균 1%대 시중은행 금리보다 여전히 높아,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족’을 유혹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비대면 마케팅과 함께, 신규 고객에게 추가로 금리를 높여주는 특판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대규모 부실사태를 겪은 2011년 이후 8년 만인 올해 여신과 수신이 모두 60조원을 돌파했다. 예대율 규제에 앞서 적극적인 예금 확보에 나선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대출 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다만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높이는 경쟁을 무한정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 대출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저축은행 전체 차주 115만5,000명 가운데 63.2%에 해당하는 73만명이 대출금리 20% 이상의 고금리를 이용 중이다. 이들의 평균 금리가 23.8%로 법정 최고금리인 24%에 육박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