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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풍계리 탈북민 방사능 피폭 검사, 실상 축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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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풍계리 탈북민 방사능 피폭 검사, 실상 축소 가능성”

입력
2019.10.17 04:40
수정
2019.10.17 06:5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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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지역 45명 중 이상 염색체 ‘7개 이상’ 피폭 의심자 10명 집계

전문가들 “검사기준 높게 설정”

작년 5월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작년 5월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이 받은 방사능 피폭 영향이 실상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이 16일 제기됐다. 피폭 검사 방법의 하나인 염색체 이상 분석에서 피폭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주장이다.

길주군 출신 탈북민에 대한 방사능 피폭 오염 실험은 세 차례 이뤄졌다. 북한 연구단체 ‘샌드연구소’가 2016년 11월(1차) 탈북민 5명에 대한 검사를 처음 시작했고, 이후 통일부가 2017년 10월(2차)과 2018년 9월(3차) 각각 30명, 10명에 대해 실시했다. 검사는 모두 한국원자력의학원(이하 의학원)이 맡았다. 의학원은 세 차례 검사 모두 방사능 피폭 의심 기준을 안정형 염색체(1,000개)에서 ‘이상 염색체(끊어지거나 파괴된 염색체)’가 7개 이상 발견된 경우로 했다. 그 결과 검사대상 총 45명 중 피폭이 의심된 탈북민은 10명(1차 1명+2차 4명+3차 5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부에선 ‘피폭 의심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2012년 의학원 원자력병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지역을 취재했던 KBS 기자 82명 등의 피폭 여부를 검사할 당시 기준은 ‘4개 이상’이었다. 한 핵의학과 교수는 “7개 이상이면 방사능 피폭이 있다, 그 미만이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후쿠시마에서도 (피폭 영향 검사 시) 7개 이상 기준을 적용했더니 3만1,000명 중 6명만 기준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준을 낮추면 피폭 의심자는 크게 늘어난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샌드연구소의 1차 검사자료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25㎞ 떨어진 곳에 거주했던 5명 모두 이상 염색체가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이상 염색체수 8개가 1명, 6개 1명, 4개 2명, 3개 1명 등이었다. 세부결과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7개 기준을 적용하면 피폭 의심자는 20%(1명)이지만, 4개로 낮추면 80%(4명)가 된다. 그런데 통일부는 2~3차 조사에서 이상 염색체 7개 미만 탈북민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원 의원 측은 “탈북민 피폭 여파를 축소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이상 염색체수가 많이 발견된 것을 피폭 때문이라 단정할 수 없다. 염색체는 방사능 외에 음주ㆍ흡연ㆍ유해환경(농약ㆍ화학약품),나이 같은 변수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의학원 관계자는 “방사능 영향을 특정할 수 있는 불안전형 염색체 검사에서도 특이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땐 최대한 보수적으로, 향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이 2016~2017년 풍계리에서 4~6차 핵실험을 단행한 전후 국내에 입국한 길주군 출신 탈북민은 총 41명(2017~올해 9월)으로 집계됐다. 5차 핵실험(2016년 9월)과 6차 핵실험(2017년 9월) 당시 위력은 각각 10kt(1kt는 TNT 폭약 1,000t 위력), 50kt에 달했다. 1차(0.8kt) 2차(3~4kt) 3차(6~7kt)보다 위력이 훨씬 컸다. 하지만 5~6차 핵실험 당시 피폭 가능성이 있는 이들 탈북민에 대해선 피폭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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