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지역 45명 중 이상 염색체 ‘7개 이상’ 피폭 의심자 10명 집계
전문가들 “검사기준 높게 설정”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이 받은 방사능 피폭 영향이 실상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이 16일 제기됐다. 피폭 검사 방법의 하나인 염색체 이상 분석에서 피폭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주장이다.
길주군 출신 탈북민에 대한 방사능 피폭 오염 실험은 세 차례 이뤄졌다. 북한 연구단체 ‘샌드연구소’가 2016년 11월(1차) 탈북민 5명에 대한 검사를 처음 시작했고, 이후 통일부가 2017년 10월(2차)과 2018년 9월(3차) 각각 30명, 10명에 대해 실시했다. 검사는 모두 한국원자력의학원(이하 의학원)이 맡았다. 의학원은 세 차례 검사 모두 방사능 피폭 의심 기준을 안정형 염색체(1,000개)에서 ‘이상 염색체(끊어지거나 파괴된 염색체)’가 7개 이상 발견된 경우로 했다. 그 결과 검사대상 총 45명 중 피폭이 의심된 탈북민은 10명(1차 1명+2차 4명+3차 5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부에선 ‘피폭 의심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2012년 의학원 원자력병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지역을 취재했던 KBS 기자 82명 등의 피폭 여부를 검사할 당시 기준은 ‘4개 이상’이었다. 한 핵의학과 교수는 “7개 이상이면 방사능 피폭이 있다, 그 미만이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후쿠시마에서도 (피폭 영향 검사 시) 7개 이상 기준을 적용했더니 3만1,000명 중 6명만 기준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준을 낮추면 피폭 의심자는 크게 늘어난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샌드연구소의 1차 검사자료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25㎞ 떨어진 곳에 거주했던 5명 모두 이상 염색체가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이상 염색체수 8개가 1명, 6개 1명, 4개 2명, 3개 1명 등이었다. 세부결과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7개 기준을 적용하면 피폭 의심자는 20%(1명)이지만, 4개로 낮추면 80%(4명)가 된다. 그런데 통일부는 2~3차 조사에서 이상 염색체 7개 미만 탈북민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원 의원 측은 “탈북민 피폭 여파를 축소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이상 염색체수가 많이 발견된 것을 피폭 때문이라 단정할 수 없다. 염색체는 방사능 외에 음주ㆍ흡연ㆍ유해환경(농약ㆍ화학약품),나이 같은 변수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의학원 관계자는 “방사능 영향을 특정할 수 있는 불안전형 염색체 검사에서도 특이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땐 최대한 보수적으로, 향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이 2016~2017년 풍계리에서 4~6차 핵실험을 단행한 전후 국내에 입국한 길주군 출신 탈북민은 총 41명(2017~올해 9월)으로 집계됐다. 5차 핵실험(2016년 9월)과 6차 핵실험(2017년 9월) 당시 위력은 각각 10kt(1kt는 TNT 폭약 1,000t 위력), 50kt에 달했다. 1차(0.8kt) 2차(3~4kt) 3차(6~7kt)보다 위력이 훨씬 컸다. 하지만 5~6차 핵실험 당시 피폭 가능성이 있는 이들 탈북민에 대해선 피폭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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