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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사태’ 외교력만 앞세우는 미국…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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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사태’ 외교력만 앞세우는 미국… 효과는 “글쎄”

입력
2019.10.16 17:47
수정
2019.10.17 00:4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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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군이 14일 시리아 쿠르드족과의 핵심 분쟁 지역인 만비즈로 이동하고 있다. 만비즈=AP 연합뉴스
터키군이 14일 시리아 쿠르드족과의 핵심 분쟁 지역인 만비즈로 이동하고 있다. 만비즈=AP 연합뉴스

미국이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 사태에서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와 외교력을 앞세워 국면 전환을 위해 애는 쓰고 있으나 시리아 정부군의 개입으로 전선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고수하는 사이, 철수한 미군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든 러시아는 확실한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병력을 전장인 북동부에서 빼낸 이후 외교적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 언론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주축이 된 대표단을 터키로 급파한다고 보도했다. 16일 터키에 도착하는 대표단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즉각 휴전을 요구할 예정이다.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대표단은 터키에 쿠르드 사태를 ‘정상(normal)’으로 돌려놓으라고 압박할 것”이라며 “주된 평가 요소는 휴전이며 구체적으로 지상군 이동 금지를 뜻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터키가 휴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경제제재 행정명령에 이어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 우선 전략에 뒷북 지적은 물론, 효과 자체에도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단 분쟁 당사자인 터키부터 대놓고 미국을 무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 일행의 터키 방문과 관련해 16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그들을 만나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와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일축했고, 이후 파흐렛틴 알툰 터키 언론청장이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수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전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서는 “시리아 북동부의 모든 테러리스트를 제거할 것”이라며 군사작전 강행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긴급 회담을 하자”는 푸틴의 방러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미국 대신 러시아를 사태 중재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산 철강 관세를 50% 인상하고 1,000억달러 규모의 무역협상을 파기한 제재 조치를 놓고도 언론은 실효성 미흡을 지적한다. 뉴욕타임스는 “터키의 대미 철강 수출은 이미 쪼그라들어 관세율을 인상해도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역시 “금융시장 예상보다 강력하지 않다. 트럼프 비판자들은 (터키에) 충격을 주기에는 너무 약해 비웃고 있다”고 전했다.

줄어든 미국의 입지와 반비례해 러시아는 외교와 무력 카드를 적절히 버무려 쿠르드 사태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러시아 측 알렉산더 라브렌티예프 시리아 특별대사는 이날 “터키의 시리아 급습은 용인할 수 없고 군사 작전의 시간ㆍ규모도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으론 강도 높게 터키를 비난했지만 외신은 외교 수사에 감춰진 러시아의 군사 개입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쿠르드족과 손잡은)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와 주변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러시아군이 시리아ㆍ터키군 사이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프라테스강 서쪽에 위치한 만비즈는 양측에 양보할 수 없는 군사 요충지. 터키와 쿠르드족의 최대 격전장이기에 미군도 2017년부터 주둔하며 완충 역할을 해왔다. 이제 미군이 떠난 자리를 러시아군이 채우면서 실질적인 충돌 방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스크바가 시리아에서 ‘파워 브로커’를 꿰찼다”며 달라진 러시아의 위상을 확인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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