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공공기관 313곳 도입
임금 삭감률ㆍ기간 기준 제각각
하위직에 더 불리한 경우도 있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피크제 폐지, 안전인력 충원, 4조 2교대제 확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승무원으로 일하는 A(59)씨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돼 10% 줄어든 임금을 받는다. A씨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는 젊은 기관사들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A씨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업무를 하지만, 20%의 임금이 감액될 텐데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정부가 대상자 직무를 별도로 개발하도록 권고했지만, 기존 직무를 그대로 두는 바람에 급여만 깎이고 있다”며 “임금이 깎인 사람들은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다른 동료들은 같이 일하기 껄끄러워하는 등 조직 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노사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의 임금협상은 16일 파업 직전 타결됐지만,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임금피크제 폐지문제는 사측이 ‘정부에 건의 하겠다’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각 기관들은 정부로 공을 떠넘기지만, 정부는 기관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11월 공공노조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삭감해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2015년 전 공공기관(313개)에 도입됐다. 노동계는 제도 운영에 문제가 많다며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사회공공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임금 삭감 기간 동안 누적된 임금삭감률은 최소 5%에서 최대 320%까지 64배나 차이가 났다. 임금 삭감 기간도 최소 1년부터 최대 6년까지로 중구난방이었다. 심지어 하위직급에 불리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경우 1,2급 직원의 누적임금삭감률은 85%인 반면, 3급 직원은 105%로 감액폭이 더 컸다. 박지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정부가 제도 도입을 강제하는데 급급했다”며 “삭감률이 어느 정도가 적정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하지 않아 기관별로 차이가 심하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재원으로 ‘양질의 청년층 고용을 창출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올해 기준 1,397명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고, 절감된 인건비(155억2,300만원)로 신규 채용 인건비(198억5,300만원)를 충당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신규채용한 인원은 기관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별도정원’으로 분류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별도 정원으로 채용된 사람이 늘어나면서 임금피크제 재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이라는 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할 때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 등 반대여론이 커 대안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장년층 임금을 깎아 청년 고용을 늘리는 방식이 지속 가능하진 않다”며 “장기적으로 연공급제(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제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해 고용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위원을 대거 교체하며 2기(期)로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공공기관위원회를 꾸려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계획이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정 간 줄다리기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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