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내렸다. 2016년 6월 이후 다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또 내린 것은 경기둔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월 이후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16개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그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5일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내수 침체도 심각해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금융비용이라도 낮춰줘야 할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 기업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부담은 더 높다. 체감금리를 보여주는 실질 기준금리는 명목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서 측정하는데, 지난달 실질 기준금리는 1.9%에 달하는 셈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 등 주요국과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자본이 유출되거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이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ㆍ미 기준금리 격차가 0.75%p까지 확대됐음에도 외환보유고는 올 6월 말 기준 세계 9위를 유지했고, 총 외채 대비 단기외채도 3월 말 기준 29.4%로 오히려 감소하는 등 별 영향이 없었다. 또 지난 7월 금리 인하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는 둔화세를 유지하며, 10분기 연속 감소했다.
기업과 소비자가 돈이 있어도 투자나 소비하기보다 쌓아두려는 불안감이 이런 이례적인 현상을 낳지만 언제까지 계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잠겨 있는 돈이 늘어날수록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유혹이 높아져 결국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심상치 않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원금 손실로 물의를 빚은 파생결합증권(DSL) 사태가 그 징후이다. 정부는 불어나는 시중 자금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창의적 재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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