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북한에 책임 물을 부분 있는지 검토”
29년만에 평양에서 열리게 된 축구 A매치(남자대표팀간 경기)를 생중계도, 관중도 없이 치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잔니 인판티노(49ㆍ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6일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러웠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와 대한축구협회도 폐쇄적인 경기 운영 등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무관중 경기 배경을 살펴볼 방침”이라고 했다.
북한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펼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를 예고 없이 무관중 경기로 치른 데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 경기 전날 가진 경기 사전준비 회의(MCMㆍMatch Coordination Meeting)때만 해도 북한 측은 약 4만명의 관중을 예상했지만, 정작 관중석에선 관중의 관전 대신 북한군의 감시만 있었다. 북한이 A매치에서 관중 없이 홈경기를 치른 건 2005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4년 만이지만, 당시는 관중 난동에 따른 징계로 실시된 무관중 경기였다.
실제 남북전을 관전한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면 이날 관중석엔 일반 관중 대신 북한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곳곳을 감시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전반 격렬한 경기 속에 물리적인 충돌 위기도 맞았다. 이 장면을 두고 베리스트룀 대사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라면서도 “그러나 오늘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며 에둘러 무관중 경기 실황을 전했다.
이날 평양을 전격 방문해 경기를 관전한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국제사회 상식을 크게 벗어난 북한의 경기 운영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적인 경기인 만큼 관중석이 가득 찰 것으로 기대됐는데,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럽다”며 북한이 한국은 물론 외신기자의 취재를 막고, FIFA나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별다른 예고도 없이 무관중 경기를 택한 데 따른 불만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짚으며 “경기 생중계와 비자 발급 문제, 외국 기자들의 접근에 관한 이슈들을 알고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북한축구협회에 제기했고, 축구가 북한과 세계 다른 나라들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도 이례적 무관중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CNN은 “한반도의 새로운 긴장 국면 속에 경기가 열렸다”며 ‘우리 여행그룹이 경기를 볼 수 없다고만 할 뿐,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해 무척 실망스럽다’는 북한전문 여행사 관계자 말을 전하면서 폐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경기’라는 제목으로 “중계방송도, 팬도, 외신도, 골도 없었던 경기”라고 보도했다.
AFC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경기에서 FIFA 규정을 어긴 사례는 없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과 스태프가 귀국한 뒤 중계와 관중이 없었던 이번 경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진행할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FIFA와 AFC는 통상적으로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개최국이 원정팀 취재진과 응원단 활동에 협조하는데, 이들의 방북이 무산된 데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보겠단 얘기다. 한편 한국 축구팬들은 17일 오후 평양원정 경기를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정상적인 경기 영상을 북한 측에서 넘겨받는다면 17일 오후 5시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id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