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인도 요청 받은 47개국 중 15개국은 한 명도 안 돌려 보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2017년 덴마크 도피 중에 곧바로 불러들여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 강제 추방을 통한 송환 방식 덕분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정씨 여권을 무효화했고, 정씨는 불법 체류 혐의로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다. 이어 덴마크 검찰은 심사를 거쳐 정씨를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같은 강제 추방에 의한 한국 범죄인 인도 사례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범죄인 인수 현황에 따르면, 해외 도피 중 강제 추방돼 송환된 범죄인은 2014년 148명에서 지난해 304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302명이 같은 방식으로 소환됐다. 5년간 현지 강제 추방에 의해 소환된 범죄인은 1,567명으로, 2014년 이후 집계한 전체 해외 도피 사범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외교부는 여권 반납 명령 등의 절차를 거쳐 송환 대상자의 여권을 무효화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수사기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 요청이 증가했고, 상당수 무효 조치가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권 무효화로 불법 체류자가 된 이후에도 귀국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외교 관계를 활용해 도피 국가에서 강제 추방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제 추방 송환이 늘어나는 것은 범죄인 인도 청구 방식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타국에 요청한 범죄인 인도 건수는 2014년 28건, 2015년 19건, 2016년 49건, 2017년 53건, 2018년 49건, 2019년(7월 기준) 16건 등 현재까지 총 214건(47개국)에 이르지만, 이 중 소환이 성사된 경우는 거의 없다. 수사기관이 정리해 둔 관련 자료조차 없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가 6건의 범죄 인도 요청을 받고도 전혀 응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47개국 중 15국이 한 명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석현 의원은 “해외 도피 사범 소환에 강제 추방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응하지 않는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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