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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즉위시 55만명 사면… 시대변화 따라 대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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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즉위시 55만명 사면… 시대변화 따라 대폭 감소

입력
2019.10.16 17:39
수정
2019.10.16 18:5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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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일왕 즉위의식 때 도심 카퍼레이드에 사용될 도요타의 세단 '센츄리'를 개조한 오픈카. 도쿄=EPA 연합뉴스
오는 22일 일왕 즉위의식 때 도심 카퍼레이드에 사용될 도요타의 세단 '센츄리'를 개조한 오픈카.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행사에 맞춰 55만명을 대상으로 사면을 실시한다. 국가 경조사에 맞춰 이뤄지는 사면은 1993년 현 일왕 내외의 결혼 이후 26년 만에 실시된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자민당 총무회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정부로부터 보고 받고, 18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고 밝혔다. 이번처럼 개원(改元ㆍ연호가 바뀜) 시기에 진행된 사면은 1989년 2월 히로히토(裕仁) 일왕 서거 때와 1990년 11월 현재 상왕인 아키히토(明仁) 즉위의식 때 이뤄진 후 처음이다. 당시 사면 규모는 각각 1,000만명과 250만명 규모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55만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됐다.

사면은 헌법에 근거한 행정부(내각)의 결정으로 국가의 형벌권을 소멸시키거나 재판의 효력을 경감시켜주는 행위다. 시대 변화에 따라 법원의 판결을 행정부가 소멸 또는 경감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총수 등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남발되면서 사법권 훼손 논란이 제기됐던 것과 유사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에 사면 대상이 축소된 배경에 대해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식이 높아지는 등 피해자 권리를 중시하고 여론 동향을 감안해 사면 대상이 도로교통법과 경범죄 등 가벼운 범죄에 한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이번에는 특별사면이나 감형을 실시하지 않고 유죄 선고로 제한된 자격 등을 회복하는 복권에 그칠 전망이다.

즉위의식을 앞두고 사망과 실종 등 80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된 태풍 피해로 인해 행사 준비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 내외는 15일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족과 이재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고, 하루빨리 재해지역의 복구가 진행되길 기원했다. 재해 수습에 힘쓰고 있는 관계자들에게도 노고를 치하했다. 20일로 예정된 미치코(美智子) 상왕비의 85세 생일 행사도 취소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태풍 피해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즉위의식 준비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즉위의식 이후 일왕 내외는 도요타의 세단 ‘센츄리’를 개조한 오픈카를 타고 약 30분간 도심 4.6㎞에 이르는 구간을 도는 카퍼레이드를 벌인다. 1990년 당시 아키히토 일왕 내외 즉위 때에는 11만7,000여명이 도로변에 나와 축하했다. 경시청은 지난 6일 해당 구간에서 교통을 통제한 가운데 예행연습을 실시했다.

즉위의식에는 세계 195개국의 왕실 및 정상급 인사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를 계기로 50여개국 대표 인사들과 개별 회담을 갖는데, 한국 정부 대표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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