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개월을 앞두고 있는 16일 경기 파주시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열병 살처분이 완료된 양돈농가의 시료 채취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확인된 지 17일로 한 달째를 맞는다. 한 달 간 경기 북부 및 인천의 양돈농장 14곳에서 돼지열병이 연이어 터졌지만, 대규모 살처분 등 방역당국의 적극 대응으로 적어도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은 막고 있다. 하지만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야생 멧돼지로도 점차 번지고 있어 자칫 돼지열병이 토착화될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 양돈농장에서 첫 돼지열병이 확진된 이후, 한달 사이 △파주시 5곳 △김포시 2곳 △연천군 2곳 △인천 강화군 5곳 등 총 14개 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이날도 연천군 신서면 농장에서 의심신고가 새로 접수됐다 음성으로 판정되는 등 돼지열병은 아직 근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돼지열병이 인천과 경기 북부에 집중되자 정부는 “바이러스를 고립시키겠다”며 농가 반발을 무릅쓰고 유례없는 대규모 살처분을 단행했다. 발생농장 반경 3㎞ 이내 돼지는 물론, 강화군 내 모든 돼지까지 총 15만4,548마리를 살처분했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수매 및 살처분이 완료되면 돼지열병으로 처분되는 돼지는 36만마리에 이를 전망이다. “치료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결단”(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이라는 어느 정도의 평가는 받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턴 멧돼지에서 돼지열병이 확인되면서 ‘돼지열병 토착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멧돼지가 감염될 경우 돼지열병은 ‘유행병’에서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달이 지나도록 발생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강이나 태풍을 통해 북한에서 넘어온 돼지 사체나 분변 △돼지 사체를 섭취한 야생 동물 등을 거론하지만, 어느 가설에도 명확한 근거는 없다. 차량을 통한 농장 간 ‘2차 전파설’ 역시 아직 추정 단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도 “무엇으로 인한 것이라 속 시원하게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돼지열병으로 초토화된 강화와 경기 북부 양돈농가는 당분간 재기가 힘들 전망이다. 규정에 따르면 발생 농장은 이동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한 뒤, 단계별로 진행되는 60일 간의 시험을 통과해야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입식(돼지 들임)까지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발생 이전보다 30% 이상 떨어져 양돈농가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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