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계기로 국회 교섭단체인 여야 3당이 어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온 검찰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한 첫 회의를 열었으나 논의 의제 및 처리 시기ㆍ방식을 놓고 설전만 벌여 개혁이 공수표로 끝날까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장기집권 사령부’로 규정하며 불가 당론을 공언했고 바른미래당은 ‘합의 처리’를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를 반쪽 낸 ‘조국 논란’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의혹과 함께 검찰권의 과잉 행사 문제가 불거졌고 검찰권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만큼 한국당도 대안을 갖고 논의에 임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 역시 일방적인 공수처법을 고집하기보다 공수처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한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을 잘 살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당은 3당 원내대표와 각 1인이 참여하는 ‘2+2+2’ 회의에서 “공수처는 검찰권을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와 배치된다”며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꼼수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잘랐다. 여권이 무소불위 검찰권 견제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마저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원칙적으로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면서도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ㆍ기소권 분리인 만큼 공수처 권한 및 공수처장 임명권 조정, 여야 표결 대결 대신 합의 처리를 요구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여권은 “한국당이 논리도 없이 역대급 억지와 몽니만 부린다”고 비난할 게 아니다. 한국당이 조국 사퇴로 지지율이 오르는 등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며 ‘닥치고 반대’를 외치고 장외집회를 다시 계획하는 것은 분명 아전인수식 오판이다. 그럴수록 여권의 접근법은 더욱 치밀하고 유연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동제 선거법의 우선 처리를 약속한 4당 합의를 존중한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표결로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우군을 먼저 모으는 것은 상식이다. 패스트트랙 소동으로 검찰의 칼날 위에 선 한국당도 몽니만 부리다 왕따를 자초하고 뒤늦게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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