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무대부터 탈락 위기에 놓였다. 정규시즌 막판 다잡은 1위를 두산에 뺏기고 2위로 밀려난 충격을 가을 야구에서도 털어내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3위 키움에 모두 내줬다. 이대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 구단 역대 최고 승률(0.615ㆍ88승1무55패)을 찍고도 시즌 최종 순위표는 3위에 이름을 남긴다.
벼랑 끝에 몰린 SK는 17일 고척에서 열리는 3차전을 앞두고 ‘어게인 2009’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2009년 두산과 플레이오프 당시 먼저 2패를 당하고도 3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플레이오프에서 역전 싹쓸이를 한 건 1996년 현대(상대 쌍방울)와 2009년 SK 두 팀뿐이다. 14일 1차전에 5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던 에이스 김광현(31)은 “먼저 2경기를 내주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적도 있다”며 “3차전에 (불펜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몸을 최대한 회복하겠다”고 반격 의지를 보였다.
10년 전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 SK는 우완 파이어볼러 헨리 소사(34)를 선발로 내보낸다. 지난 6월 SK가 우승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기존 투수 브록 다익손을 방출하고 대만 리그에서 데려온 소사는 정규시즌 16경기에 나가 9승3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키움을 상대로는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00을 찍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KIA, 히어로즈, LG 등에서 오랜 시간 뛰어 가을 야구 경험도 풍부하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7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2.94다.
지난해 SK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어 최종 5차전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고 마지막에 분패한 키움은 완벽한 복수를 눈앞에 뒀다. 키움이 3차전마저 쓸어 담으면 SK에 굴욕을 안길 수 있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2위 팀이 순위가 낮은 팀에 싹쓸이 패배를 당한 건 1990년 해태(상대 4위 삼성), 2003년 KIA(상대 4위 SK) 두 차례 있었다.
키움은 또한 시리즈를 일찍 끝내 준플레이오프부터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벌고 2014년 넥센 시절 이후 5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키움의 3차전 선발은 좌완 에릭 요키시(30)다. 요키시는 KBO리그 데뷔 첫 가을 무대였던 7일 L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30경기 13승9패 평균자책점 3.13, SK전 성적은 5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2.97로 강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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