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광주시도시공사 임직원들이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돕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용 권리당원을 불법 모집한 데 이어 광주환경공단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환경공단 일부 직원들이 권리당원 모집 인원까지 할당을 받는 등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논란의 발단은 최근 검찰이 정 부시장을 도와주려고 민주당 권리당원을 불법 모집해 준 도시공사 임직원들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본보 10일자 12면)이 알려진 이후 환경공단 내에서도 “직원들이 권리당원 불법 모집에 동원됐다”는 뒷말이 담을 넘어 외부로 새면서 비롯됐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지난 5월 한 간부가 따로 부르더니 김강열 환경공단 이사장의 지시라는 말을 전하면서 정 부시장을 도와주기 위해 민주당 권리당원을 모집해 달라고 부탁했었다”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지인 등을 통해 민주당 지역당원 가입 희망자 여러 명의 입당원서와 권리당원용 당비납부 약정서를 받아서 해당 간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어 “당시 김 이사장의 측근 간부 4명이 권리당원 모집을 독려했고, 모집 행위는 7월 말까지 계속됐다”며 “간부들은 직원들에게 1인 당 권리당원 50~100명을 모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이렇게 모집된 입당원서는 김 이사장에게 전달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직원도 “5~7월 사이 일부 직원들이 김 이사장 측근 간부들의 부탁을 받고 권리당원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권리당원 모집에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은 모집하는 데서 제외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통한 권리당원 모집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얘기였다.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 5~7월 민주당 출신 출마 예상자들 사이에선 고질적인 당원 모집 경쟁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당헌ㆍ당규상 내년 3월로 예상되는 후보자 경선 전까지 6회 이상 당비(월 1,000원)를 납부한 당원에게만 총선 후보 경선 투표권을 부여한 탓이었다.
이에 해당 측근 간부들은 한결 같이 “직원들에게 권리당원 모집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간부는 “주위에서 권리당원 모아달라는 부탁을 받아도 뿌리치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도 “하늘을 두고 맹세하지만 정 부시장에게 민주당 입당원서와 권리당원 당비납부 약정서를 한 장도 모아다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경공단 내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그도 그럴게 문제의 측근 간부들은 김 이사장의 친구이거나 고교 후배 등인 것으로 알려진 터였다. 게다가 김 이사장과 정 부시장도 고교 선후배 사이다. 한 직원은 “이들 간부들은 공단 내에서 김 이사장 측근 4인방으로 불린다”며 “4인방 중 1명은 직원들에게 김 이사장이 권리당원 모집을 부탁했다는 말을 하면서 내놓고 권리당원 모집을 독려해 직원들이 20여명의 입당원서를 받아다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정 부시장은 지난 11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부시장은 당시 자신을 돕기 위해 권리당원을 불법 모집한 도시공사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시정에 전념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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