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사찰 내 유치원 임원으로 등록해 수년간 월급을 받은 전 불광사 회주(會主ㆍ법회를 주관하는 사찰에서 가장 높은 스님) 지홍 스님이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지홍 스님에게 16일 이 같이 선고하고,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치원 원장 임모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관련 조항을 언급하며 학교법인의 직원 채용이 “완전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법의) 취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홍 스님은 사찰 내 유치원 졸업식 등 행사에 참여하거나 결재 업무를 수행해 정당한 인건비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조 판사는 “(지홍 스님과 유치원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주지스님도 급여를 받는 사실을 모르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졸업식 참여나 결재 업무는 (지홍 스님이) 창건주 내지 회주로 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지홍 스님의 횡령 의혹은 불광사 신도들로 구성된 ‘불광사정상화추진위원회’가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지홍 스님이 불광사 산하 유치원에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사로 이름을 올려 월급으로 총 1억8,000만원 가량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불광사 창건주인 지홍 스님은 의혹이 제기되자 회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가 사회적 요구인 점 등을 고려해달라”며 지홍 스님에 대해 징역 1년, 유치원 원장 임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지홍 스님은 최후 진술에서 “15년간 불광사에서 헌신적으로 불사를 해왔다”며 “이런 부분을 참작하지 않는다면 누가 공직을 맡겠냐”고 항변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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