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법인 2000여곳 현황 조사
국내 상장법인 2,000여개의 임원 중 여성임원의 비율이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임원 10명 중 8명은 기업 소유주 일가 출신인 것으로 조사돼 여성 고위직일수록 능력에 따른 임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전체(2,072개)의 성별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지난해 3월 양성평등기본법에 기업의 성별 임원 현황을 조사ㆍ공표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이 마련된 후 처음 실시된 조사다. 그 동안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만 조사해왔다. 기업경영평가업체 CEO스코어가 분석했다.
조사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상장법인의 전체 임원 수는 2만9,794명인데 이중 여성 임원은 1,199명으로 4.0%였다. 2,072개 기업 중 여성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 수는 665개로 전체의 32.1%에 그쳤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매출이 높은 기업일수록 여성임원의 비중이 낮았고, 코스피 상장사가 코스닥 상장사에 비해 여성임원 비중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며 “기업 규모가 클수록 구조적 차별이 견고했다”고 풀이했다.
임원의 직위별로는 전무 이상 임원 중 여성은 264명으로 전체(7,604명)의 3.5%였다. 상무이사 중 여성은 536명으로 전체(1만3,181명)의 4.1%였다. 이사회 의결권을 갖는 등기임원 중 여성은 498명이었는데 이중 사내 이사는 373명(전체 8,389명 중 4.4%), 사외이사는 125명(전체 3,981명 중 3.1%)이었다. 외부 여성 전문가 활용도 저조한 셈이다.
여성 임원의 임명은 여전히 실력보다는 출신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 임원 중 부회장 직위에 해당하는 31명의 임명 경로를 조사한 결과 소유주 일가 출신이 83.9%였다. 내부 승진으로 임원이 된 경우는 2명, 외부경력채용도 1명에 그쳤다. 남성 부회장(140명)중에서도 소유주 일가 출신의 비중이 37.1%(52명)로 가장 높았지만, 내부 승진이나 외부경력채용으로 임원이 된 경우가 각각 39명ㆍ31명인 것과 상반된다. 여성 임원은 ‘경영기획지원’ 업무에 가장 많았는데(185명), 이들 중에서도 77.3%(143명)이 소유주 일가로 확인됐다.
기업의 여성임원 비중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 내 ‘여성위원회’설치 등을 통한 여성 리더십ㆍ네트워킹 강화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박 대표는 “경제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려면 기업 내 다양성 문화가 강화돼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이 여성임원 수를 늘릴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앞으로 상장법인의 여성임원 비중에 대한 조사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성별균형포용성장파트너십’을 통해 여성 임원 육성 프로그램 도입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