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농업기술원, 시장 점유율 80% ‘수미’에 도전
“병충해 강해 수확량 많고 전분 햠량 높아 경쟁력
가공식품 시장 공략ㆍ6차 산업 연계 명품화 추진”
강원도를 상징하는 작물인 감자. 1920년대 독일에서 들여온 신품종 감자는 1980년대까지 산이 많아 밭농사가 발달한 강원지역과 궁합이 맞았다. 때론 쌀을 대신해 끼니를 해결해주기까지 했으니 이보다 좋은 작물도 없었다.
최근 들어 감자는 구황작물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반찬은 물론 가공식품에도 널리 쓰이는 식재료가 됐다. 연간 국내 1인당 감자 소비량은 14㎏, 재배면적은 2만㏊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감자는 ㏊당 수확량이 30톤이 넘는 생산성을 지녔다.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관심을 받는 이유다.
이처럼 감자의 가치가 높아진 가운데 강원도 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오륜’으로 수미 품종이 주도하는 농업 및 유통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미국 품종인 ‘수페리어’를 도입해 1978년부터 보급한 수미감자는 국내 생산량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오륜은 대서 감자(Atlantic)와 페루 유전자원(CIP705)을 부모로 2004년 교배를 시작해 2015년 등록된 품종이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염원을 담아 오륜이란 이름을 지었다. 하건수 강원 농기원 감자연구소장은 “오륜 감자는 전분이 풍부하고 저장기간이 길며, 병충해에 강한 것은 물론 이상고온에도 잘 견디는 특성을 지녔다”고 소개했다.
하 소장의 말처럼 오륜 감자의 경쟁력은 시범재배 과정에서 수치로도 입증됐다. 무엇보다 1,000㎡당 수확량이 3,678㎏으로 수미(3,259㎏)보다 많았다. 15.5%인 전분 함량도 수미(11.4%)와 비교해 4.1% 포인트 높았다.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재배비용도 수미에 비해 최대 30%까지 절감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국내 기술로 우리 땅에 맞는 품종을 개발했다는 의미도 남다르다. “식용은 물론 감자칩, 프렌치 프라이 등 가공용으로도 기존 수미감자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맛도 검증됐다”는 게 연구진의 얘기다. 이런 장점을 지닌 오륜감자는 지난해 국립종자원에서 평가한 국내 감자품종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과제는 농업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배면적을 늘리느냐다. 아무리 좋은 품종이라도 확실한 수요가 없으면 농업 특성상 씨앗을 당장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탓이다.
강원도 연구진과 농가는 가공식품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오륜 감자의 전분 함량이 식품업체들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수입 냉동감자가 차지한 시장을 공략할 경우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농기원 관계자는 “품질연구를 통해 오륜감자의 상대적 우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품종 보급과 직결되는 시장개척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배기간 중 흰꽃이 20일 넘게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이루는 오륜감자 특성을 활용한 6차산업 전략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관광과 청정 먹을거리, 가공산업이 어우러진 상품을 개발해 농가소득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이런 전략을 통해 올해 홍천, 영월 등지 42㏊인 오륜 감자 재배면적을 2022년 500㏊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오륜감자를 철원 오대쌀에 버금가는 대표 명품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고민 중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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