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축구 관전 스웨덴 대사, 경기장 비하인드 컷 공개
관중이 없는 경기장엔 북한군이 일정 간격을 맞춰 서 있었다. 2명이 한 조를 이룬 이들은 한 명은 경기장을, 다른 한 명은 경기장 위쪽을 응시했다. 경기장 안팎의 돌발상황에 대처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생중계도, 관중도 없이 치러진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평양 경기 일부 장면이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에 의해 공개됐다. 한국과 북한은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베리스트룀 대사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관중 없는 경기장에서 양 팀 선수들이 뛰는 모습 등은 사진에, 국가 연주 및 양 팀 선수들 간 충돌 장면 등은 영상에 담았다.
베리스트룀 대사는 경기 전 국기를 앞에 두고 선수들이 나란히 선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영상에는 “평양에서 한국 국가가 연주되는 희망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적었지만, 경기가 과열되면서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상황을 전하면서는 아쉬움도 전했다.
그가 전한 영상에선 양팀 선수들이 흥분해 엉겨 붙는 장면 때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과 북한 대표팀의 리영직 등이 적극적으로 말리면서 상황은 금세 정리되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베리스트룀 대사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 오, 그러나 오늘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라며 경기가 관중 없이 치러지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베리스트룀 대사가 공유한 장면 가운데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장면은 관중석이다. 이날 4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 관중석엔 북한군들이 서 있었다. 이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두 명의 북한군이 마주서 있었다. 물론 서로를 바라본다기보단, 최대한 사각을 없애기 위한 배치로 풀이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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