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아이돌학교’와 ‘프로듀스X101’의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촬영에 참가했던 연습생들이 증언으로 열악했던 환경부터 조작 정황까지 폭로된 가운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5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CJ와 가짜 오디션’ 편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생방송 투표 조작 논란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을 비롯해 출연자들의 조작 폭로에 휩싸인 ‘아이돌학교’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제작진이 가장 먼저 조명한 것은 최근 출연자 아버지의 폭로에서 시작해 출연자들의 연이은 폭로에 휩싸이며 데뷔조 결과 조작 및 열악한 환경에서의 촬영 진행 논란에 휩싸인 ‘아이돌학교’였다.
제작진은 먼저 최근 ‘아이돌학교’ 조작 피해를 입었다고 인터넷에 폭로글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해인의 아버지를 만났다. 이해인의 아버지는 딸이 겪은 피해에 대해 “취업 사기랑 똑같은 거 아니냐. 9~10년 고생한 애를 이렇게 조작 했다는 것은 정말 악랄한 거 아니냐”라며 분노했다.
이어 이해인이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섰다. 오랜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힌 그는 “제 일이지 않나. 부모님 입을 통해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숨어있는 게 되고 부모님을 방패로 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이돌 학교’가 시작부터 조작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저는 3천 명이 있는 오디션장에 가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안가도 되는 구나’하고 준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전날에 담당 작가님께서 ‘해인 씨는 가주셔야 할 것 같다. 해인 씨는 인지도가 있는 참가자이기 때문에’라고 했다”라고 ‘아이돌학교’ 초반 오디션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3천 명의 지원자는) 이용당한 거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아이돌 학교’ 참가자 A씨 역시 3천명 오디션에 참가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방송 당시 논란이 됐던 포지션 평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해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칭찬을 많이 받았음에도 떨어진 거다. (제작진이) 미안하다고 얘기하더라. 이렇게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라고 말해 당시 상황에도 조작이 있었음을 추측하게 했다.
또 이해인은 ‘아이돌학교’ 합숙이 이뤄졌던 숙소 환경 역시 열악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실제 스튜디오에서 나왔던 핑크 내부반은 공사가 된지 얼마 안돼서 페인트 냄새가 가득하고 환기가 되지 않아서 피부가 예민한 친구들은 온몸에 피부병이 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과거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다고 밝힌 익명의 출연자들 역시 당시 촬영 환경이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그 때 12살짜리 애들도 있었다. 성장기니까 먹어야 하지 않나. 거기 애들은 어린 애들도 있었는데 울고 엉망이었다. 머리가 아파서, 이게 무슨 촬영장인가 (싶었다)”며 “중간에 애들 창문 깨고 탈출한 적도 있고. 합숙한다고 가둬두니까 방충망이랑 창문을 뜯어서 탈출한 거다”라고 말했다.
12, 13살 참가자들까지 참여한 상황에서 새벽 촬영도 서슴없이 이루어졌다는 증언도 이어진 가운데, 출연자들은 “애들 다 생리를 안했다. 하혈을 두 달 동안 했다. 생리를 안하거나 하혈을 하거나 다 그랬다”라는 충격적인 증언도 전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파이널 무대 당시 이해인이 탈락하면서 불거진 투표 조작 논란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해인의 한 팬은 “인증 게시글 자체는 5,100여 표가 나왔고, 제작진 결과와 2,300여 표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투표수 조작에 관해 당시 ‘아이돌학교’ 연출을 담당했던 PD는 “조작이랑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투표수에 대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해인은 당시 탈락 이후 또 다시 1년 여의 시간을 희망 고문 속에 허비해야 했다. 이해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탈락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너는 탈락했지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지 않았냐. 승자는 너다’라고 하더라. ‘널 위한 팀을 만들어주겠다. ‘아이돌학교 1반’이라는 팀을 만들어서 데뷔를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그는 CJ ENM과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1년 안에 데뷔를 시켜주기로 약속받았다고 했다. 이해인은 “부모님이 처음으로 파이널 무대를 보러 오신 날 제가 탈락을 했다. 실패자가 된 딸을 부모님이 보시는 건 너무 힘든 일이더라. 이의제기를 하시고 싶다고 하셨을 때 제가 하지 말라고 했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닌가 싶었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아이돌학교’ 제작에 참여했던 엠넷 조철영 PD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사실 확인 요청에 나섰다. 하지만 조 PD는 출연자들의 감금 촬영 주장에 대해 “그 이야기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라고 부인했고, “밥을 안줬다고 하는데 저희 급식소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밥을 되게 잘 먹어서 살이 쪄서 걱정할 정도였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과 관련한 이슈가 다뤄졌다. 한 수학과 교수는 조작 의혹의 원인이 됐던 ‘프듀X’ 데뷔조 멤버들의 생방송 투표수의 패턴 반복에 대해 “로또 아홉 번을 연속으로 맞는 확률과 비슷하다.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은 ‘프듀X’에 출연했던 연습생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에 나섰다. 아버지와 함께 인터뷰에 나선 연습생 A씨는 2년 전 데뷔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간절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입을 열었다.
연습생들에 따르면 가장 먼저 프로그램의 조작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든 것은 첫 센터 선발전 당시였다. A씨는 “갑자기 바꿔서 OOO 연습생이 센터가 된 거고 원래 다른 회사 연습생이 센터가 됐었다”며 당초 현장에서 연습생들의 투표로 뽑힌 센터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어 A씨는 “그런데 제작진이 갑자기 투표 방식을 바꾸겠다고 하더라. 원래 센터였던 친구도 충격이었고 저희도 되게.. 이거는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연습생 B씨 역시 “센터가 원래 다른 OOO 친구가 됐다. 본인이 (센터가) 돼서 오열하고 그랬는데. 누가 봐도 그 때 그 OOO 친구가 팬덤이 있고 인기가 많아서 그 친구가 센터가 될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가 센터가 돼서 그 때부터 (조작이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프듀X’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 C씨 역시 “누구 집중적으로 찍어서. 어떤 모습으로 찍어라라고 오더가 내려온다”라고 증언했고, 스태프 D씨 역시 “직접적으로 ‘누구를 살려라’고 하진 않지만, ‘얘 어때?’라고 묻는다. 또 ‘얘 분량 좀 늘이자. 얘 분량 좀 줄여라’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제작진이 연습생들의 분량에 관여했음을 증언했다.
‘프듀X’ 부조종실에는 제작진이 없었다고 했다. 투표수 계산하는 PD가 부조종실에 없었고, PD가 다른 장소에서 보낸 숫자를 부조종실에서 받아 자막치는 스태프에게 보내줬다는 것이다. 해당 스태프는 “문자로 받은 것을 하나라도 틀리면 안되니까 벌벌 떨어가면서 (자막) 작업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방송에서는 마지막 데뷔조가 선발됐던 생방송 당시 문자 투표를 집계했던 PD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CJ ENM 측의 한 스태프는 “’프듀X’ 당시 꾸준히 문자 투표를 담당했던 PD분이 있었다”며 “‘프듀48’인가 거기서 데리고 오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프듀X’ 전 회차 내내 투표 집계를 했던 담당 PD는 한 명뿐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스태프는 “매번 해당 PD로부터 문자메시지로 집계 순위 결과를 사진 파일 형태로 받아 방송에 내보냈었다”며 “이후에는 항상 (사진을) 지운 걸 확인을 하셨다. 사진이나 이런 거 예민하시니까. ‘하고 지워’ 이러시니까 저희도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하고 바로 삭제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해당 PD에 대한 취재를 이어가던 중 또 다른 관계자는 “조작을 했다면 분명히 안준영 PD님은 거치지 않았을까 싶다”며 “(프로그램 내에서) 안 PD님이 절대적으로 강했다. 시즌1부터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그 분이 이렇게 하라고 하시면 하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제작진은 안준영 PD가 왜 투표조작이라는 무리수를 둬야만 했을까라는 배경에 주목했다.
이 가운데 ‘프듀X’ 연습생들이 “처음부터 딱 되겠다고 느낀 소속사가 있었다. 스타쉽이었다. 오죽하면 스타쉽 전용. 스타쉽 채널이라고 (불렀다). 스타쉽듀스라고 불렀다”며 “스타쉽인가. 센터 한번 해봐라 이렇게 하면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2~3주 만에 순위가 오르고 인생 역전이 돼 버리더라”는 증언을 더하며 소속사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짙어졌다.
또 다른 연습생은 “한 번 이게 난리가 났었다. 어떤 친구가 경연곡을 미리 유포한 거다. 이걸 추궁해서 물어봤더니 자기 안무 선생님이 알려줬다고 했다. 직접 들었다. 걔네들은 미리 계속 연습을 하고 있었다”며 “걔네 입장에선 회사에서 되게 압박이 심했다고 하더라. ‘너희가 지금 인기가 있는 게 회사에서 다 해준 거니까 회사에서 다하고 있는데, 너희가 잘해서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고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연습생은 “다른 연습생은 파이널 생방송 당시 자기가 떨어질 걸 미리 알고 있었더라. 탈락하고 나서 ‘우리 울림 팀장님께서 나 안될 거라고 해서 나 안 될 줄 알고 있었다. 울림에서는 한 명만 데뷔 시킬 거라고 했다’고. 그래서 ‘아 정말 내정된 게 있구나’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울림엔터테인먼트 역시 이 같은 증언에 대해 “생방송 결과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러한 상황 속 일부 관계자들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인 안준영 PD에 대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희생양 같은 게 맞다”며 “윗선까지도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디까지 끊기가. 자기들이 판단이 잘 안 선다고 이러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관련해 CJ 측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전했다.
쏟아지는 충격 증언 속 ‘아이돌학교’와 ‘프듀X’가 가리키는 하나의 진실은 무엇일지. 점차 진실을 향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