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ㆍ입장권 수익 포기… 패배 땐 관중 난동 등 우려한 듯
1990년 이후 29년 만의 평양 원정으로 치러진 남자 A매치가 무관중 경기로 끝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 전날 가진 경기 사전준비 회의(MCMㆍMatch Coordination Meeting)때만 해도 북한 측은 약 4만명의 관중을 예상했지만, 정작 이날 경기장엔 경기관계자 외에 일반 관중의 출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측은 “(무관중 경기가)AFC와 사전 조율된 사항은 아니었다”고 했다.
북한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홈경기를 관중 없이 진행했다. 짭짤한 중계권과 입장권 수익은 물론 국제사회 관심마저 누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북한은 이마저도 포기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이 판매됐다거나, 초청장이 배포된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어 ‘무관중 무리수’에 대한 궁금증은 더 증폭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양팀 매니저와 경기 감독관, 안전담당관 등이 참석한 회의 때도 예상 관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4만명 정도 들어올 것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경기 1시간 전에 관중이 없는 경기장 사진을 보내와 ‘무관중 경기’ 가능성을 감지했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AFC 측도 “입장권 판매를 포함한 홈경기의 마케팅권리는 주최국 축구협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관중 경기를)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북한이 A매치에서 관중 없이 홈경기를 치른 건 2005년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4년 만이다. 북한은 그 해 3월 30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최종예선에서 시리아 출신의 모하메드 쿠사 주심이 페널티 킥 판정에 항의한 남성철을 퇴장시키자 격분해 병과 의자 등을 그라운드에 내던지고, 상대팀인 이란 선수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북한 대표팀은 이 일로 FIFA로부터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아 6월 3일 일본과 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를 제3인 태국 방콕에서 치러야 했다.
이번 남북대결 무관중 개최도 경기 승패에 따른 부담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이 FIFA 랭킹 37위로 북한(113위)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A매치 상대 전적에서도 7승 8무 1패로 앞서 패배 시 홈 팬들의 반발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취재진과 중계진, 응원단의 방북을 불허해 국제적인 관례를 어겼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대규모 홈 관중을 동원했을 때의 부담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협회 측은 “우리 선수단이 돌아와 봐야 정확한 무관중 경기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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