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방아쇠 당긴 유의원 “탄핵 잘잘못 따지며 분열, 文정부가 가장 바라는 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보수재건을 위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날 생각이 있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시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의 첫 방아쇠를 당긴 유승민 의원이 15일 보수통합 논의 카운터파트인 황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개혁보수를 인정하면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제 생각에 한국당에서 양극단의 반응이 있기에 황 대표의 고충은 이해한다”고도 했다.

신당 창당 시기에 대해선 “현실적 이유로 의원 15인이 동시에 행동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그 이후 합류하는 방법도 있다”며 “정기국회가 12월 10일에 끝나고 일주일 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그 전에는 결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철수에 동참 권유… 아직까지 답은 없어

_사실상 분당을 선언했는데 바른미래당은 왜 실패했나.

“지난해 창당할 때 의원 숫자(원내교섭단체 지위)에만 집착해 ‘개혁적 중도보수’ 기치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도 합류한 게 문제였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면서 ‘보수’란 말조차 쓰지 못하게 했던 분들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개혁보수’의 창당정신, 정체성을 못 지키게 됐다.”

_9월 30일 변혁이 출범한 지 2주가 지났다. 창당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대론 안 된다’라는 인식에서 같이 출발했지만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놓고는 의견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모든 사람이 정치적 생명을 걸어놓고 뛰어든 마당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15인(비례대표 6인)이 같은 결론을 내서 행동을 하는 게 제일 좋지만 현실적 이유(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문제)로 그게 안 된다면 일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그 후에 합류하는 방법도 있다. 정기국회가 12월 10일에 끝나고 일주일 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그 전에는 결단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_정기국회 종료 시점에 뜻 맞는 이들이 먼저 탈당한다는 건가.

“단정해서 말할 순 없다. 국정감사(10월 말)가 끝나면 여당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진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등을 통과시키려고 할 텐데 그것이 변수가 될 것이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금 원내교섭권을 가지고 있다. 합의 안 된 선거제 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무책임하게 나올 순 없다.”

_안철수 전 의원의 미국행은 변혁 참여 거부로 읽힌다.

“지난해 창당 당시 함께 당을 만든 안 전 의원이 저와 공동대표를 맡아야 된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두 사람이 대표자 자격으로 만든 정당이니까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다. 그런데 그가 아닌 박주선 의원이 공동대표가 됐다. 그 당시에 ‘중도개혁보수 표방’이라는 안 전 의원의 초심이 바뀌지 않았다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안 전 의원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동참 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더니 ‘생각해보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답이 없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국당 양극단 어렵지만 ‘탄핵의 강’ 건너야

_신당 창당을 또 다른 보수분열로 바라보는 이들이 꽤 있다. 보수통합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당이 개혁보수의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변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합칠 수 있다고 (새누리당 탈당 이후) 3년 내내 말해왔다. 그래서 강조한 것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이다. 탄핵은 역사니까 받아들이고 그 문제로 더 이상 싸우지 말자는 것이다. 탄핵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보수가 분열하는 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가장 바라는 것이다.”

_황 대표와 만나거나 소통한 적이 있나.

“행사장에서 여러 번 만났지만 조우한 정도지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해본 적은 없다. 보수재건에 대한 조건을 공개 제안했기 때문에 황 대표도 생각해보지 않겠나. 보수재건에 대해 대화해보자고 하면 언제든 만날 생각이 있다. 다만 그분이 ‘탄핵의 강’을 건널 생각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_황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적으로 그 분을 잘 모른다. 새누리당 원내대표(2015년 초)하던 시절에 법무부 장관을 했고 그 이후 국무총리가 됐을 때는 (제가) 청와대와 갈등이 많을 때라 별로 대화를 못해봤다. 피상적으로밖에 모르기 때문에 만나서 대화를 해봐야 알지 않겠나. 당 대표직 수행과 관련해서는 다른 당 문제라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국민들이 어느 정도 평가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_과거 강성 친박이었던 윤상현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보수 통합을 위해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오늘이라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제 입장에서 윤 의원이 그렇게 말해서 놀랐고 고마웠다. 윤 의원 지역구가 인천, 그러니까 수도권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한국당 수도권 의원들이 ‘현재 한국당으론 안 된다’는 생각에 불안해 한다는 걸 여러 경로로 듣고 있다. 한국당이 제 제안에 답하려면 양극단인 영남 친박과 수도권 의원 사이에 생각이 정리될 필요가 있고 황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_한국당은 유 의원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 같나.

“윤상현 의원과 김재원 의원의 글이 상징적인 것 아니겠나. 한국당의 양극단적 입장을 보여주는.(※이날 오전 유 의원이 제시한 통합 조건에 대해 김재원 의원이 “구역질 나는 행보”라는 내용의 글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김 의원은 ‘자신이 쓴 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황 대표의 고충도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당이 무언가 받아들이고 액션할 때까지 우리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_과거 유 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한국당 인사들은 ‘유 의원과 연락이 안 된다’고 불만이다. 너무 측근들하고만 소통해온 것은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오해가 있었다면 미안하다. 통합 문제는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계(새누리당 탈당파) 8명 의원들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 그랬던 것뿐이다. 제가 한국당 의원들과 연락하거나 만났다면 당장 언론에서 뭐라고 쓰겠나.”

◇대구 출마의지… 신당 지지층 수도권이면 고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위원장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_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 가능성은 없나.

“대구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니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우리가 신당을 창당하면, 그 당에 가장 큰 지지를 보내줄 곳이 수도권이라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_지난 20대 총선에서 유 의원 측근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원내대표 하던 시절에 원내부대표를 했던 분들이 측근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공천학살을 당했다. 새누리당에서 젊고 개혁적인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이 희생당해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그분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빚을 졌다. 그분들에게 꼭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보수의 소중한 자산이다.”

_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 라이벌은 누구인가.

“진보 쪽에서 누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보수 쪽에서 좋은 분들이 많이 나와 치열한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했으면 한다. 보수를 재건해서 국민 마음을 얻는 보수를 만들겠다고 하면 (한국당과 통합해서도) 지분이니 공천이니 이런 걸 요구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꼭 대표가 돼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없다. 원래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_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 2년 됐을 때 제가 ‘독선과 무능의 2년’이라고 표현했는데, 무능하고 준비가 안 된 정권이다. 그러면서 자기편만 옳다는 독선에 빠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금 여권은 우리 보수가 잘못해서 너무나 손쉽게 정권 잡은 사람들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야당을 했던 사람들인데 저렇게 준비가 안 돼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지어 ‘소득주도성장’처럼 자신들이 핵심 가치로 여기는 부분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안돼 경제를 망쳐놨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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