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 2.6%→2.0%으로 대폭 하향 조정
내년 반등폭 0.2%p 그쳐, 세계 경제 0.4%p보다 낮아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IMF는 특히 한국이 미중 무역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성장세는 물론 물가와 고용, 무역수지 등 각종 지표도 내년까지 부진을 면치 못할 걸로 전망했다.
IMF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 ‘세계 제조업 하강, 높아지는 무역 장벽(Global manufacturing downturn, rising trade barriers)’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제조업 위축, 무역갈등 및 지정학적 긴장, 금융시장 심리 악화 등에 따라 각국의 성장률 전망을 전반적으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던 IMF는 이번 수정 전망에서 이를 2.0%로 대폭 낮췄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2.8%에서 0.6%포인트나 낮아진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한국 등 아시아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은 중국의 경기둔화 및 미중 무역갈등의 파급효과(Spillover)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 한국 등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IMF는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2018년 전년 대비 약 8%에서 올해 마이너스 -2% 수준으로 대폭 주저앉았다.
IMF는 우리나라의 다른 전망치들에도 이전보다 비관적인 시각을 대거 반영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4%를 기록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3.2%로 줄고, 내년에는 2.9%로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실업률도 지난해 3.8%에서 올해는 4.0%, 내년에는 4.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전년 대비 1.5%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0.5%, 내년 0.9%로 2년 연속 0%대 상승에 그칠 걸로 점쳐졌다. IMF가 적어도 내년까지 한국 경제 전반의 저성장 기조를 점친 셈이다.
정부는 이런 IMF의 비관적 시선이 우리 만의 문제가 아님을 애써 강조하는 분위기다. 세계경제 성장이 동반 하락하는 여파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 IMF는 올해 세계경제가 1년 전 전망 때(3.7%)보다 0.7%포인트 낮은 3.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또 우리처럼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독일(1.9→0.5%), 싱가포르(2.5→0.5%), 홍콩(2.7→0.3%) 등의 성장률 전망이 같은 기간 우리보다 더 많이 하향 조정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한국은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치는 반면, 독일은 0.7%포인트, 싱가포르는 0.5%포인트, 홍콩은 1.2%포인트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세계경제도 올해보다 0.4%포인트 상승한 3.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 비슷한 경제구조의 나라들은 물론, 세계경제에 비해서도 반등폭이 낮을 거라는 의미다.
한편 IMF는 세계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한일 간의 수출 규제를 포함한 ‘무역과 공급망의 혼란’을 꼽았다. 한국을 향한 일본의 경제보복과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세계경제에도 만만찮은 위협이라는 우려를 내비친 셈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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