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학점제ㆍ일반고 일괄전환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엔 교실 풍경이 확 달라진다. ‘고교학점제’와 ‘자사고ㆍ특목고 폐지’라는 양대 교육제도 개혁의 시계 바늘이 모두 2025년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 주체가 다음 정부라는 점이 변수다. 상대평가인 학생평가 방식의 절대평가 전환 등 선결 과제가 많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는 2025년 모든 고교에 도입된다. 내년 마이스터고부터 시작해 2022년 특성화고, 일반고에 부분 도입하고 2025년 모든 고교에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이 강의를 듣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학교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국영수 외에도 다양한 과목이 개설된다. 학생들은 ‘연극제작실습’ ‘경제경영수학’‘인공지능(AI)’과 같은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도 같은 시기에 시행된다. 자사고ㆍ특목고의 일반고로의 일괄 전환, 고교학점제가 안착하면 수십 년간 공고히 유지됐던 고교 서열화가 무너지는 대(大)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에선 현 정부가 구상하는 교육 개혁이 장밋빛 전망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평가 혁신’이 관건이라고 본다. 상대평가인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내신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면 학생들이 자기 진로와 적성, 관심사를 생각하지 않고 학점이 잘 나오는 수업, 대형 수업만 찾아 들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 고교 내신은 1~9등급의 상대평가인데, 내신이 절대평가가 되면 수능의 영어영역처럼 90점 이상 학생은 모두 A등급(1등급)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교육부도 이런 판단에 따라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기 전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무엇보다 대학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대학들은 절대평가로는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 선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내신 등급이 주요 선발 기준인 학생부교과전형은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대학이 자체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며 제시문 기반 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방식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시문 기반 면접은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등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대학에 지양하라고 권고한 면접 형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지난해 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 당시에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대학들이 ‘그럼 우리는 대학별 고사를 보겠다’고 반발했다”며 “대학 측은 제시문 기반 면접 같은 걸 도입해 변별력을 확보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음 정부에서도 현재의 교육 개혁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교학점제 도입과 외고ㆍ자사고 등의 일괄 전환 시기가 현 정부 임기 만료 이후라 정책 동력에 대해 우려가 많다”며 “교육부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시행해 나가야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고와 특목고 간 교육비 격차 해소,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전문성 있는 교사 확보 등의 조치를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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