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홍대의 ‘레트로 콘셉트 숍’에서 자신이 태어난 시절에 제작된 ‘피케셔츠’를 사 입는 게 유행입니다.”
15일 인천의 한 폐공장에서 만난 정구호(56) 디자이너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를 설명한 말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지난 3월 정구호 디자이너와 2년간 컨설팅 고문 계약을 맺었고, 이날 이름만 남기고 싹 바뀐 결과물을 공개했다. 1,200여평의 빈 공장 내부에 빈폴의 ‘맨’과 ‘레이디스’, ‘액세서리’, ‘골프’ 라인의 매장 4곳과 새롭게 출시한 ‘팔구공삼일일(890311)’ 매장 1곳을 임시적으로 꾸몄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빈폴의 젊고 생기 넘치는 변화가 한 눈에 들어왔다.
빈폴하면 떠오르던 자전거 심볼을 비롯해 한글 로고를 새롭게 만들었다. 자전거 심볼은 중절모를 쓴 신사 대신 야구모자를 쓴 청년 이미지로 교체했고, 여성과 어린이 로고까지 추가로 제작했다. 한글 로고를 위해 ‘빈폴체’라는 폰트를 만들었고, 온라인에 무료로 배포해 젊은 소비층과 공유할 계획이다. 정 고문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빠져있는 레트로 감성을 토대로 1960~70년대 한국 건축과 생활공간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빈폴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새단장한 빈폴 제품은 내년 봄 여름 시즌부터 등장한다. 2023년까지 중국과 베트남, 북미, 유럽까지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및 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한국적 독창성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확장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사업 전략은 젊어진 빈폴처럼 확 바뀌었다.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온라인채널을 강화했고, 젊은 브랜드를 육성하는데 전력을 쏟았다.
먼저 ‘온라인 전용 브랜드’에 주력했다. 2016년 판매 중단했던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를 지난 7월 부활시켰다. ‘직장인 수트’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25~35세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또 2030세대 여성들을 공략해 온라인 전용 여성복브랜드 ‘오이아우어’를 출시했고, ‘빈폴 레이디스’에서 젊은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그린 빈폴’을 온라인 전용 제품으로 독립시켰다. ‘빈폴키즈’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고가의 글로벌 브랜드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9월 글로벌 여성복브랜드 ‘구호’의 세컨드 브랜드로 ‘구호 플러스’를 출시했다. 가격을 낮춰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런 전략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4,16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보다 66.7% 증가한 것으로, 온라인 사업에 집중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빈폴은 개인적으로 아주 소중한 브랜드”라며 “앞으로 100년 넘게 영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