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향토문화 전승을 위해 설립된 전남 순천문화원이 전임 원장의 부인을 신임 원장으로 선출해 사유화ㆍ부부세습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문화원의 사유화 세습을 멈추고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순천문화원은 14일 4층 강당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단독 후보로 출마한 전 원장의 부인인 송혜경(70) 전 순천시의원을 신임 원장으로 선임했다. 송 원장은 내년 9월 23일까지 전임 원장 유고에 따른 잔여임기를 맡아 원장 직을 수행한다.
논란은 2008년 첫 직선제 원장이 된 유길수 변호사가 지난 7월 갑작스레 작고하면서 벌어졌다. 부원장이 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원장을 뽑아야 하지만 직무대행이 아닌 임시이사회가 지난 9월 새 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
직무대행 측이 반발했으나 임시이사회는 전 원장의 부인인 송 전 시의원을 신임 원장으로 추대했다. ‘원장은 총회에서 선임된다는 정관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시이사회 측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송 전 시의원을 만장일치로 원장에 인준했다.
전임 원장이 10여 년간 장기집권하고 그 부인이 또 원장을 맡자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순천YMCA 등 33개 시민단체는 ‘순천문화원 정상화 추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문화원 사유화 저지에 나섰다.
범대위는 성명을 통해 “순천문화원이 국고 20억원을 투입한 공공건물로 임대사업을 하며 이익을 얻고 고유 기능은 잃었다”며 “전임 원장이 10년간 장기 집권을 했는데도 부인을 새 원장으로 선출해 세습화하도록 사태를 방조하고 책임을 유기한 이사진은 총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순천문화원은 유 전 원장 선임 과정과 문화원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을 놓고 순천시와 갈등을 빚으면서 고유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전국 200여개 지방문화원은 대부분 관할 지자체로부터 사업과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 받지만 순천문화원은 건물 임대 수익사업 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 기능이 상실한 상태다. 각종 사업비 지원도 끊겨 지자체 관리ㆍ감독도 받지 않고 있다.
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은 “식물기관으로 전락한 순천문화원이 제 기능과 역할의 자리로 돌아와 지역의 위상에 맞게 향토문화 사업을 활발하게 펼칠 때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순천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상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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