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문기자'.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언론 불신을 드러냈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집단과 기자가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른바 정언유착(政言癒着)이다. 비단 최근 발생한 일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은 정부의 전원 구조 발표를 확인 없이 받아 쓴 전례가 있다. 이후로도 언론은 진영 논리와 출입처 입김에 휘둘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최근 시민들이 외치는 언론 개혁이란 결국 독립성과 비판의식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정연유착을 정면으로 드러낸 일본 영화가 개봉한다. 17일 개봉하는 ‘신문기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대 정치적 위기로 꼽히던 2017년 모리토모(森友)ㆍ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이 모티브다. 영화는 정권 유지를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여론을 조작하는 일본 정부와, 비판 의식이 결여된 언론 간 야합을 꼬집는다.

영화는 한국 현실과 닮아있다. 일본 내각정보실에서 비밀리에 음해성 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뜨리는 모습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신문기자’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신문기자’의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는 15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안 일본에서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특히 일본 정권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다”며 “미디어가 위축된 현실은 전세계 공통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후지이 미씨히토 감독은 “한국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미쓰노부(왼쪽) 프로듀서가 15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일본 영화 '신문기자'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지이 감독조차 처음에는 영화 제작에 회의적이었다. 정치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조차 구독하지 않았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데에는 가와무라 프로듀서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젊은 감독이 촬영해야 관객이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후지이 감독은 “처음에는 위험한 것에 관여돼선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일본인 특유의 생각으로 연출 제의를 거절했다”며 “정치에 흥미가 없는 세대가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득에 메가폰을 잡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쓴 언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 영화를 만든 후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주인공 요시오카 기자는 심은경이 연기했다. 그는 신문사로 들어온 익명 제보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정부의 외압을 뚫고 고군분투한다. 한국 배우가 일본 영화 주연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심은경에겐 ‘신문기자’가 일본 데뷔작이기도 하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지적인 모습과 영화에서 선보였던 다양한 모습이 진실을 추구하는 요시오카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일본 여배우가 거절해서 심은경을 선택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다른 배우에게는 출연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현장이 한국과 전혀 다를뿐더러 일본어라는 큰 허들까지 있었는데도, 심은경은 훌륭하게 소화해줬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6월 개봉한 ‘신문기자’는 예상 밖 흥행을 거뒀다. 143개 영화관에서 개봉하고도 한 달 만에 33만명을 동원, 수익이 4억엔(약 43억 7,500만원)을 넘었다. 제작진은 영화가 한국에서도 흥행을 거두길 소망했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개봉하게 됐기에,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큰 의의”라며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신문기자’를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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