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으로 남북전이 열린 평양이 2023년 예정된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논의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 하루 전날인 14일 선수단과 함께 평양에 도착한 데 이어 경기 당일인 15일 지아니 인판티노(49ㆍ스위스) FIFA 회장이 전세기를 이용해 평양을 찾으면서다.
15일 대한축구협회와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 남북의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경기가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엔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물론 인판티노 FIFA 회장도 배석해 경기를 관전했다.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에 FIFA 회장이 직접 찾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여자월드컵 공동개최에 관한 분위기조성은 물론, 이와 관련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축구 정세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의 방북은 이달 초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는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예정된 FIFA 평의회를 앞두고 이번 주 중국으로 건너가 각종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다소 앞당겨 평양을 거쳐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한 고위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관련 의제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간 걸로 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최근 열린 '여자축구 심포지엄'에서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유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여자월드컵 공동 유치와 관련해 "아시아권에서 유치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축구협회 회장단은 물론 정부 관계자와도 자연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또 다른 협회 고위 관계자는 “인판티노의 방북 소문은 최근 여러 채널을 통해 접한 건 사실이지만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이번 인판티노 회장의 방북 의미를 확대해석 하는 건 경계해야 한단 시각도 많다. 이미 2023 여자월드컵에 10개국 이상의 국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유치를 신청한 상황에서 남북 공동개최 밀어주기로 비춰질 경우 인판티노 회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얘기다.
2023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는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먼저 대한축구협회에 제안해 추진돼왔다. 축구협회는 지난 3월 남북한 공동유치 의향서를 FIFA에 제출했다. 남북 외엔 아르헨티나, 호주,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일본,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협회 등도 유치를 신청했다. 개최지는 2020년 5월 결정될 예정이다. 인판티노 회장이 먼저 공동개최를 제안한 만큼 남북한이 뜻만 모은다면 유치전에서 힘을 받을 수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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