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시시콜콜 How]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 논란… 재심 절차 어떻게 되나

입력
2019.10.15 14:30
수정
2019.10.15 18:02
0 0

“내가 진짜 범인” 주장 이춘재ㆍ“억울하게 옥살이” 호소 윤씨

1987년 1월 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옥살이를 했던 윤모(52)씨가 최근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준비할 뜻을 밝혀 주목 받고 있습니다.

화성 사건의 피의자로 정식 입건된 이춘재(56)가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됐던 윤씨는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허위 진술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사건을 두고 자신이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춘재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윤씨. 재심이 열리면 결과는 윤씨에게 희망적일 수도 있겠지만, 재심 요건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재심 사유는 △원 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ㆍ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증거가 된 증언ㆍ감정ㆍ통역ㆍ번역 등이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무고로 인해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 △무죄 또는 면소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사건과 관련된 법관ㆍ검사ㆍ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 등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적시된 7가지로 정리가 됩니다.

1988년 12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를 찾은 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 연합뉴스
1988년 12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를 찾은 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 연합뉴스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을 근거로 ‘명백한 증거의 새로운 발견’을 사유로 들어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심 개시 결정은 법원이 내리기 때문에 재심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이춘재의 자백을 보강할 객관적인 증거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이용,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는데요. 체모의 주인은 혈액형이 B형으로 밝혀졌는데, 자신이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입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자백을 한 이춘재의 혈액형이 맞지 않는 상황이죠. 물론 화성 사건 혈액형 관련 혼선은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춘재의 자백이 진실일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또 윤씨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됐던 체모에 대해 “그때 OO 형사가 뽑아달라고 해서 체모를 여섯 차례 뽑아줬다. 그런데 체모를 현장에 뿌려가지고 ‘네 것이 나왔다’ 그런 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조작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1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나와있는 건 이춘재의 진술 밖에 없는 건데 이 부분은 재심 청구 가능 규정 중 ‘무죄 또는 면소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즉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 대변인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5호에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재심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이 자체가 요건이 있다”며 “증거가 발견됐다고 아무거나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증거여야 된다. 이춘재가 진술하게 되면 그 진술 자체가 새로운 건 맞는데 법원이 새롭다고 인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재심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만 윤씨가 경찰의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했다는 증거 등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재심 청구 뜻을 밝힌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89년 7월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보내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윤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그를 검거했습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윤씨는 “경찰에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하며 상소했는데요. 2심과 3심 모두 윤씨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결국 윤씨는 20년을 복역,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윤씨 재심은 ‘약촌오거리 살인’,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무기수 김신혜’ 등 사건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주도하겠다고 자청했는데요.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건에 대한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이 사건에 딱 맞는 변호인단을 꾸릴 생각”이라면서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로, 잘 살려가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