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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언니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언니들을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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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언니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언니들을 만들기를”

입력
2019.10.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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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니들이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온몸으로 저항하고 세상이 원하는 공식은 버리면서 내 안의 진정한 행복을 찾은 선배 여성들. 그들은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한국일보 영상콘텐츠 채널 ‘프란’(PRAN)이 매주 볼만한 문화 콘텐츠를 선정해 소개하는 코너 ‘프란픽’, 이번 주 콘텐츠는 책 ‘언니들이 있다’ 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지은 한국일보 기자로, 책은 한국일보 연재 기사인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를 엮어 만들었다. 김 기자는 “언니 세대가 걸어온 길은 지금보다 더 남녀 차별적인 구조, 회사에서도 여직원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다”며 “그 시절을 뚫고 지금에 이르게 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언니들의 얘기를 묶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은(김기자):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는 작년에 디지털 콘텐츠국에 가서 디지털 콘텐츠로 처음 시작한 인터뷰에요. 인터뷰를 제대로 한다면, 일주일 뒤에 읽어도, 한 달 뒤에 읽어도, 1년 뒤에 읽어도, 또 어떤 인터뷰 같은 경우에는 10년 뒤에 읽어도 가슴에 남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뭔가 인생에 전환점이 하나씩 있었던 사람들한테 저는 관심이 가더라고요. ‘왜 그렇게 됐지? 왜 이 사람은 이런 길을 걸어오다가 이런 선택을 했지?’ 그런 분들. 기본적으로 제가 호기심이 생기는 분들이죠. 해놓고 보니 삶의 굴곡, 변곡점을 겪었던 사람들을 주로 인터뷰했어요.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묶어보자는 거는 출판사의 제안이었어요. 그동안 삶도 인터뷰를 책으로 내보면 어떻겠냐는 이런 제안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그중에서 여성들의 얘기만 묶어서 해보자. 사실 여성들의 이야기만 묶은, 인터뷰만 묶은 책은 아직 못 봤거든요. 이 언니 세대가 걸어온 길은 지금보다 더 남녀 차별적인 구조. 회사에서도 여직원이 별로, 여성 사원이 없었던 시절. 그 시절을 뚫고 지금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면 그 여성들의 얘기를 담으면 ‘이런 길을 걸었던 언니들이 있구나 그 인터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언니들의 얘기를 묶게 됐습니다.

최인아 씨, 최아룡 씨, 이나영 씨, 김일란 씨, 이진순씨 이런 분들의 인터뷰를 이 파트로 묶었는데 사실 이제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운 언니들의 얘기죠. 최인아, 지금 최인아 책방 대표 같은 경우에는 사실 제일기획 부사장까지 오른. 삼성 계열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 임원이라는 최초의 길을 걸어온 분이거든요. 근데 이분이 처음에 입사할 때는 이름 석 자를 직원들이 또는 상사들이 기억하지 않고 그냥 미스최라고 불렀다는 거예요. ‘그런 현실에서 어떻게 이분은 유리천장을 뚫고 부사장까지 올랐을까?’

최아룡 씨는 작년을 기준으로 하면 15년 전에 벌써 미투를 공개적으로, TV에 얼굴을 드러내고 교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인터뷰한 분이거든요. 이분은 법적 투쟁에서도 승리했고 그리고 자기의 길도 포기하지 않고 독립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자기의 상처는 요가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금은 발달장애아라든지 다른 성폭력 피해자라든지 이런 사람들을 돕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건 정말 거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일무이한 미투 성공기다. 여기에 나온 분들은 그런 현실에 맞서 싸운 그런 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흔히 정답이 없잖아요. 삶에. 근데 우리 사회는 정답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세상이 원하는 공식을 버리고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인데 첫 번째가 이제 장혜영 씨에요. 장혜영 씨는 발달장애인 동생과 사는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작년에 개봉했는데. 알고 보니까 이분이 과거에 연세대에서 공개 자퇴, 학내에 ‘이별 선언문’이라고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한 학생이더라고요. 시설에 갇혀 있는 자기 동생을 데리고 나와서 자매가 자립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자립을 하게 되면서 어떤 일들 어떤 현실의 어려움이 있는지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거든요. 그래서 ‘장혜영 씨가 발달장애 동생과 같이 사는 이야기를 왜 이걸 영화로까지 만들게 됐을까?’ 이 얘기를 들어서 인터뷰를 했고.

김인선 씨는 독일에 사는 60대 여성이에요. 레즈비언이에요. 근데 매해 거의 한국에 오거든요. 자기 같은 레즈비언, 동성애, 성 소수자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 한국의 성 소수자들한테 자기의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 이렇게 60대까지 독일에서 남편과 이혼을 하고 자기의 옆지기와 같이 사는 이런 언니도 있구나. 이런 선배 세대도 있구나’. 사실 이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제 배은심 씨는 이한열 열사 어머니죠. 이 어머니가 굉장히 순하고 정말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였는데 ‘왜 이분이 거리의 투사가 됐을까.’ 이한열 열사, 아들을 잃고 지금까지 이르게 되기까지 어떻게 삶이 바뀌었는지가 인터뷰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 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 있어 에 속한 언니들도 첫 번째가 김미경 씨라고 서촌 옥상 화가로 많이 알려진 분이에요. 이분은 한겨레 창간 멤버로 합류를 해서 계속 기자로 살다가 화가가 된 그런 분이거든요. 이분이 그런 매달 안정적으로 월급이 나오고 그런 직업을 버리고 가난한 화가의 길을 택한 거죠. 언니한테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자기 행복을 찾아가는 일이 중요했던 거죠.

곽정은 작가 같은 경우에도 패션지 기자로 일을 하다가 우리가 다 아는 연예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명해진 경우잖아요. 이분은 지금까지 해마다 거의 끊이지 않고 책을 내왔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심리 치유, 상담에 관심이 생겨서 명상도 하고 심리상담 대학원도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왜 갑자기 내면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궁금했거든요. 심리 살롱도 만들고 헤르츠라고 만들었거든요. 그런 길을 걷게 된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는 30대부터 70대까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언니들이 있다. 지나고 나니 보인다는 비밀 같은 인생의 진리를 담았다. 이 작은 책이 언니들을 잇는 자매애의 선순환을 만든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사실 사회에서 흔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근거 없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이 아직도 있거든요. 그런데 진짜 의리는 여자들이 있거든요. 근데 이 책을 읽고 위로도 받고 힘도 얻었고 그런 뭔가 치유가 조금이라도 됐다면 이 책을 다른 사람한테 권하기도 하고. 나도 너의 언니가 되어주고 너도 나중에는 누군가의 언니가 되어 주고 ‘자매애를 만드는 고리가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 해서 골랐습니다.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은 갖지 않는 그런 언니. 그리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언니. 그래서 뭔가 어려운 일,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알려주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냥 찾아가서 마음 털어놓고 기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언니가 되고 싶어요.

저도 사실 삶에 관한 인터뷰를 할 때 지금까지 ‘내가 잘살았나’ 공허하고 허무한 마음이 들었을 때 이 인터뷰를 한 거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길을 찾아야겠다, 지혜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 인터뷰이기 때문에. 인생 실전 같은 책이니까 자기가 어떻게 가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헷갈릴 때 옆에서 이렇게 해봐.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어 이렇게 살아도 돼 이렇게 속삭여주는 책이거든요. 그런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기를 감히 권합니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 “언니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언니들을 만들기를!”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PD

이현경 PD bb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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