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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부담·조여오는 檢 칼날… 조국 ‘명예퇴진 타이밍’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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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부담·조여오는 檢 칼날… 조국 ‘명예퇴진 타이밍’ 선택

입력
2019.10.14 18:46
수정
2019.10.14 22:5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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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지지율 역대 최저 추락… 서초·광화문 국론분열에 큰 책임

부인 영장 청구 이후엔 늦다 판단… 檢 개혁 청사진 마련해 결단 명분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검찰개혁의 불씨를 지폈으니 속전속결로 퇴장한다.

14일 자리에서 물러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의 변’은 이렇게 요약된다. 장관 후보 지명 66일차, 공식임명 35일만인 이날 조 장관이 전격 표명한 사의에는 그간 ‘조국 사태’가 부른 여러 후유증에 대한 복잡미묘한 소회가 담겼다. 무엇보다 지지율 하락과 국론 분열이 계속 누적될 경우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여권 전체가 버티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결단의 주된 이유로 보인다. 또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 마련이 일단락됐다는 판단도 한 몫 했다. 특히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배우자에 대한 영장 청구가 이뤄질 경우 어렵게 만든 ‘명예퇴진’의 명분이 희석된다는 점도 사퇴 결심을 앞당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이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조 장관의 사의에 대해 “장관의 결심이었다”며 본인의 결단임을 일제히 강조했다. 하지만 그간 조 장관이 야당으로부터 사퇴를 촉구 받는 상황에서 줄곧 “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한 점에 비춰보면, 본인의 강한 의지에 더해 ‘명예퇴진’의 시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여권 핵심부의 공감대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여권에서는 ‘지지율이 빠지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도 여론 악화에 대한 저변의 불안감이 번져왔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자 ‘속도전’으로 상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또 서초동·광화문에서 나란히 열린 대규모 집회가 진영 간 세대결로 비쳐진 점도 ‘대통령 보필’을 중요한 소임으로 생각하는 조 장관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속전속결이 중요하다는 공감 속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당정청의 ‘검찰개혁’ 밑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는 등, 검찰개혁 초기 작업이 일단락됐다는 판단도 사퇴 결단의 명분을 제공했다. 장관으로서 각종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매듭짓고, 특수부 축소를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만큼, 조 장관이 거취 문제를 빠르게 결정짓는 것은 검찰개혁 제도화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여당의 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다. 조 장관이 이날 사퇴 입장을 밝히며 “제가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부터 사퇴까지. 그래픽=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부터 사퇴까지. 그래픽=김경진기자

일각에서는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 상황이 사퇴 결정을 앞당겼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이날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다섯번째로 불러 조사한 가운데, 여권에서는 조만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사퇴의 첫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등 떠밀려 옷을 벗는 모양새를 피하려면 영장 청구에 앞서 선제적으로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15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청문회와 달리 국정감사에서의 위증은 형사고발 대상인 만큼 직접 증인선서를 해야 하는 조 장관이 수사와 관련된 야당의 공세에 마주하는 것이 여러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얘기다.

조 장관 본인과 여권으로서는 이날 사의가 최소한의 ‘퇴장의 미학’을 갖추기 위한 종합적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이날 사퇴를 “그간 강조해왔듯 소임을 다하고 질서 있는 퇴장을 한 모양새가 됐다”고 자평했다. ‘조국 아웃’을 기치로 대여 공세를 펼쳐 온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각오했던 것보다 이르게 ‘조국 블랙홀’ 탈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조국 사태의 후유증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에 오른 검찰개혁안 처리를 위한 대야 협상에서 ‘조국 거취’ 변수를 덜어낸 점이 당장의 호재로 작용하게 됐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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