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과 손잡아…러시아•이란 영향력 확대
터키 침공 가속으로 확전 양상…IS 포로 대거 탈출
트럼프 “격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은 것은 영리한 일”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 철수가 우려했던 대로 시리아 일대를 더욱더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미군이 빠진 힘의 공백 속에서 터키군의 쿠르드 침공이 가속화하고 있고 이에 맞서 시리아 정부군이 개입하는 등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슬람국가(IS) 세력의 부활 우려도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가 중동의 화약고에 거듭해 불을 붙인 셈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대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에 속도를 내며 확실하게 발을 빼는 모습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북부에서 1,000명 정도의 미군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6일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 배치된 미군 100명이 철수한 데 이어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 전체가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병력 철수에 속도를 내는 것은 터키가 쿠르드 지역인 시리아 북부를 빠른 속도로 점령하고 있고 이를 반격하기 위해 쿠르드 측이 시리아 정부군과 협력하고 나서 전쟁이 한층 격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에스퍼 장관은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사이에서 미군이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군 철수로 시리아 일대의 세력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한 쿠르드족이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자 앙숙 관계인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쿠르드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공격(터키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대처하기 위해 시리아군이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배치돼 시리아민주군(SDF)을 돕도록 시리아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동안 쿠르드족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싸웠으나 이번 합의로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는 '적'에서 '동맹'으로 관계가 급반전 됐다. 이에 따라 알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북부까지 진출하게 됐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시리아 북부 지역은 반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쿠르드족 등 여러 세력이 번갈아 통제하며 정부군과 맞서왔다.
아울러 쿠르드 민병대가 구금하고 있는 IS 포로들이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대거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르드 민병대는 IS 격퇴전에서 1만 2,000여명의 포로를 생포해 관리해왔으나 터키의 침공 과정에서 통제 불능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다수의 구금 시설들이 현재 경비가 없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으며 수백명의 포로들이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쿠르드민병대 측은 IS 포로들을 데려가겠다는 미군의 요구도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금 완전한 혼란 상황이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터키 국경에서 일어나는 격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매우 영리한 일”이라며 자신의 철군 결정을 재차 정당화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한쪽 편, 또는 다른 편을 위해 싸우기를 바랄지 모르지만 그들이 알아서 하게 두자”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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