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부터 사퇴까지 ‘격랑의 36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던 중 법무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휘말렸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4일 결국 물러났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가족을 향하고 국정운영까지 부담으로 작용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갖은 의혹과 검증 단계에서 몇 차례 자진 사퇴 기회가 있었다고 회고해 보지만 만시지탄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9일 조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부터 의혹은 불거졌다.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에 전달되자마자 야권에서는 이른바 ‘가족펀드’와 웅동학원 위장소송, 부동산 위장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파상 공격을 펼쳤다.

결정타는 언론보도였다. 조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특혜성 장학금을 받았다는 한국일보 보도 이후 가족 관련 의혹으로 급속하게 불이 옮겨 붙었다. 이어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이 후속으로 보도됐고 각종 부실 인턴활동이 알려지면서 ‘스펙 품앗이’ 의혹이 제기됐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총장 표장장을 딸에게 허위로 발급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입시비리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던 2030세대가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항의하면서 들고 일어났다. 조 장관 딸이 다녔던 대학과 대학원에서 항의성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여론과 민심은 조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논란에 또다시 민심이 흔들렸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공교롭게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였다.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도 연일 터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여권에서도 후보자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8월 27일 그 동안 접수된 고소ㆍ고발장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2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9월 6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은 부인 정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검찰이 조직을 사실상 통제하는 상위 조직의 수장을 상대로 칼날을 겨눈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동안 조 장관은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검찰은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했고, 부인과 두 자녀를 소환 조사했다. 5촌 조카 조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동생 조모씨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맞서 조 장관은 사퇴 발표를 하기 2시간 전까지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검찰 수사를 돌파하려 해왔다.

임명부터 사퇴의 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조 장관이 결과적으로 검찰의 칼을 피하지 못한 모양새다. 그가 사퇴의 변에서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밝힌 대목에서 검찰 수사로 인한 압박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조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조 장관은 본인이 수사에 대해 영향력 행사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수사를 유리한 지위에서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검찰 수사도 사퇴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