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국 현진금속 대표
“외국인 노동자 대우는 지시보다 소통이 우선입니다.”
경기 화성시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내 ㈜현진금속 홍종국(58) 대표의 말이다. 현재 그의 공장에는 12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모두 네팔인들이다.
그가 네팔인을 근로자로 채용한 이유는 성실함 때문이다. 처음 2명을 채용하면서 회사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이후 채용된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회사 방침 설명 등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공장 업무에 녹아 들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처음 외국인 노동자를 접했을 때는 말도 안 통하고 답답했지만 자기 나라에서 잘나가는 이른바 엘리트(공무원, 교수 등)들이다 보니 나름의 체계가 있는 것 같았다”며 “그들에게 지시하기 보다 자기들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두니 오히려 다른 나라 외국인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 네팔인만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이들과의 소통으로 활용하는 공간은 휴게실이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도 하고 때로는 혼자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공장 내 건물 5개 동 중 식당건물을 제외한 4개동에 휴게실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 대표는 “사무동에 휴게실을 만들어 놓으면 임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외국인근로자들이 쉬고 싶어 하겠느냐”며 “단 1분을 쉬더라도 제대로 쉬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은 배려였지만 외국인노동자들도 마음을 열었다. 지난해 홍 대표 생일 때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말도 모르는 직원들이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불렀다고 한다.
홍 대표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했는데 ‘내가 열심히 해야만 저들도 직장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넘어 이제는 저들이 우리 회사의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근로자들끼리 입소문이 났는지 최근에는 우리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내국인 젊은 친구들도 늘었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바로 근로자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한국에서 일한 우수 외국인 노동자들 중 일부는 이 곳에서 지속적으로 일해 귀화를 원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되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경쟁력은 ‘중소기업 발명왕’이라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맨이라는 점이다. 그의 첫 발명품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삐~익’하고 소리를 내는 ‘하모니 주전자’다. 당시 일본에서 기술을 일부 배워온 것이지만 일본제품보다 월등해 역수출 했을 정도다.
이후 2003년 다니던 회사가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한국에 남아 현진금속을 차렸다.
그가 가진 특허만 현재 15개에 이른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외국인 노동자와의 소통이 더해진 덕분에 ‘2019 우수중소기업부문 문화경영대상’, ‘2019 코리아 리더상’, ‘2019 대한민국을 빛낼 인물 및 브랜드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에 개발한 제품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스마트 뷰 기능) 반찬통이다.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으면 추후 무슨 반찬이 있는지 일단 꺼내거나 뚜껑을 열지 않아도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와 올해 홈쇼핑에서 각각 250만개씩이 완판 된 제품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내달 김장철을 맞아 회사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참여하는 김장 담그기 행사를 준비중”이라며 “회사에서 개발한 반찬통에 김치를 담아 다문화 가족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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