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인구가 늘면서 캠핑카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5년 전 4,000여대에 지나지 않던 캠핑 차량이 올 3월 기준 2만대를 훌쩍 넘어선 것만 봐도 캠핑카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폭발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MBN ‘생활여행자 집시맨’, 그룹 핑클의 캠핑카 여행기를 담은 JTBC ‘캠핑클럽’ 등 캠핑카를 소재로 한 방송이 늘고 있다는 것은 캠핑카가 소수의 취미생활에서 점점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캠핑카 수입ㆍ판매업체인 카라반테일의 김승남 과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캠핑카 구매층으로 주로 기업 오너나 개인 사업자가 많았는데 최근엔 20, 30대 젊은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 등 수요층이 매우 넓어졌다”고 말했다.
캠핑카가 대중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비싼 가격에 유지ㆍ관리가 수월치 않아서다. 특히 날씨 좋은 주말과 휴일에만 가끔 캠핑을 즐기는 사람에게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차량을 추가 구매하는 건 지나친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타고 다니는 차량을 개조해서 캠핑용으로 사용한다거나 기존 차량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작은 카라반 트레일러를 추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용도를 최소한으로 줄일 경우 텐트나 타프, 침낭 등 주요 캠핑 장비를 고가의 제품으로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용을 낮출 수도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
국내 캠핑카 1세대 업체인 밴텍디앤씨의 윤성현 대표는 “캠핑카 가격은 자신이 원하는 정도에 따라 수백만~수천만원이 들기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자신의 차를 개조해 취침용으로만 쓴다면 300만원 정도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량 뒷좌석을 뜯어내고 평평하게 마루를 깐 다음 아래 수납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다. 샤워ㆍ취사 공간은 없지만 휴대용 버너로 간단한 요리가능하고, 이동식 변기로 급한 용무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흔히 ‘차박’이라 불리는 방식의 캠핑을 위한 차량이다.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추가하면 가격은 점점 높아진다. 소파 겸 침대, 전기를 충전해 쓰는 배터리와 태양광 장치, 간단히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싱크대와 물 펌프, 냉장고ㆍ에어컨ㆍTV 등 가전제품, 수납장, 화장실 등을 모두 갖추면 차량 가격을 제외하고도 최소 3,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업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차량을 포함한 보급형 주력 모델의 가격은 4,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일상생활과 캠핑을 겸할 수 있는 차량이 대부분이다. 대형버스 등의 차체를 활용해 내부 공간이 넓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일상적인 거주가 가능한 수준의 캠핑카라도 개조 비용이 크게 늘진 않는다. 다만 신차 기준으론 대형 캠핑카의 가격은 대개 1억원이 훌쩍 넘는다.
승용차로 견인해 쓰는 카라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저렴하고 아담한 제품은 1,000만원대 초중반으로 마련할 수 있다. 이 역시 내부 구성이 늘어나면 1억원대까지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이동형 사무실차를 캠핑용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제약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동형 사무실차는 현행법상 1톤 트럭 등 화물차를 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침대와 온돌마루, 샤워실, 가스 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고 해외로 운송해 사용할 수 없다.
현재는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만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승용차와 화물차를 비롯해 모든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돼 한층 다양한 캠핑카가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캠핑카를 구입할 땐 탑승 인원 수와 개인 성향 등을 잘 따져보고 알아보는 것이 좋다. 차량의 크기, 내부 구조, 비용은 냉난방, 침실, 화장실, 주방, 전기ㆍ물 관련 설비 등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톤 트럭 정도의 크기라면 물탱크 용량이 80~150L가 일반적인데 평소 물을 많이 쓰는 편이라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대형 차량의 경우 캠핑장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렌터카처럼 며칠간이라도 대여해서 써보는 것이 좋다. 다만 가격이 주말 1박2일 기준 30만~70만원선으로 다소 비싼 것이 흠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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