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때 “검찰개혁 소명 완수”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 사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만인 14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9일 취임 일성으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시민, 전문가,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던 그는 이날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며 물러났다.
조 장관은 법무부 장관 내정 이전부터 논란이 됐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돌아오는 것을 두고 서울대 일부 학생들은 “폴리페서(정치에 참여하는 교수)에 대해 비판적이던 그가 서울대에 복직하려고 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비난했다. 조 장관은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있다. 장기간 휴직하면 학생들 수업권에 제약을 주게 된다. 정부, 학교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해명하면서도 “서울대 안에 태극기부대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발언해 논란을 야기했다.
8월 9일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조 장관은 “‘서해맹산(誓海盟山ㆍ바다에 서약하고 산에 맹세한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한시 중 발췌)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 때부터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활동 등 본인의 사상 문제부터 불거졌다. 이에 조 장관은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 저는 28년 전 그 활동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날이 갈수록 딸의 입학, 선친이 설립한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이 커지자 조 장관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펀드 자금을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모든 가족들이 웅동학원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8월 2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당시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해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제 허물과 책임, 짊어지고 가겠다”며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지만 야권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조 장관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는 시도이며,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비난했다.
임명 다음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은 자신과 한 줌 주변 세력을 위해 자유와 민주, 정의와 공정을 내던졌다”며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 결정을 제안했다. 그 다음날에는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범죄 피의자를 법무장관에 앉히면서 개혁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삭발했다. 이후 황 대표의 삭발식, 당 차원의 비판 집회가 이어졌다. 한국당은 조국 반대 광화문 집회에 수백만명이 참가한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반면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조 장관 임명 결정을 존중한다”고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대안정치연대는 검찰 수사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며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정치권 안팎의 반발에도 조 장관은 검찰개혁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시사IN’ 인터뷰에서 조 장관은 “구시대의 잿더미를 넘어 새로운 개혁의 시간이 온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다. 죽을 힘을 다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딜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오전에도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그러나 이날 오후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