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의 추락은 결코 한 기업의 사업적인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토종 인터넷 서비스가 갖는 산업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가치도 부각되기 바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든 국민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존재에 우리는 ‘국민’이라는 접두사를 붙인다. 가왕 조용필을 ‘국민 가수’, 홈런왕 이승엽을 ‘국민 타자’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그 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IT 제품이나 서비스에 국민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경우가 있을까. 아마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면 ‘국민 앱’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카카오톡이 ‘카톡한다’는 새로운 용어가 생길 정도로 대세지만 2000년대 초ᆞ중반에는 싸이월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싸이월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개념이 정착되기도 전인 2001년에 미니홈피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는 페이스북보다 3년이나 빠른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이용자가 가상화폐인 도토리를 사서 미니홈피의 배경화면을 꾸미고 백그라운드 음악을 넣고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 일촌 친구가 방문해서 댓글을 달아주는 식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을 이용자로 확보했던 싸이월드는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의 대표 상품이자 참여와 개방을 내세웠던 웹 2.0의 대명사로서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실제 필자가 IT 관련 학술대회나 행사에서 외국 학자들이나 인터넷 전문가들을 만나면 그들은 대부분 싸이월드의 성공 비결과 가능성에 대해 물었고 필자는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랑스럽게 답변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2000년대 국민 SNS였던 싸이월드가 지난 며칠 동안 반갑지 않은 이슈로 다시 화제가 됐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싸이월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어떠한 공지도 없이 접속이나 로그인이 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약 한달 뒤인 11월 12일부로 싸이월드 도메인 주소(cyworld.com)가 만료된다는 사실과 싸이월드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과 걱정이 커졌다.

싸이월드는 서버 관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으나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실패했다. 2011년에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결정타를 맞았고 2014년에 사원주주 벤처로 분리됐다가 2016년에 다시 인수됐고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하지 못한 채 현 상태에 이르게 됐다.

사실 급격한 기술 혁신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용자의 요구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동적이고 개방적인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에서 벤처로 출발한 기업이 20년 가까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한때 인터넷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야후나 마이스페이스 등의 일류 인터넷 기업도 초라하게 중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리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이 다반사라고 해도 싸이월드의 추락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이용자들은 자칫하면 그동안 싸이월드에 쌓아온 사진과 다이어리 등 각종 데이터를 잃을 수 있다. 싸이월드는 예고가 없던 서비스 폐쇄로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고, 이후 서비스 재개 또는 종료 여부를 정확히 공지하지 않았다.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이용자의 데이터는 임시 방편으로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소중한 추억들이 강제로 삭제되는 상황은 싸이월드를 사랑했던 이용자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싸이월드가 아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싸이월드를 대체한 글로벌 SNS가 문을 닫는 상황이 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외국 기업을 상대로 이용자 보호나 정보주권을 주장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싸이월드의 추락은 결코 한 기업의 사업적인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토종 인터넷 서비스가 갖는 산업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가치도 부각되기 바란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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