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지난 12일 끝으로 중단 선언… 한국당도 주말 대규모 집회 취소 
 실종한 정치 복원이 해법… “고도의 정치행위 필요, 그런 역할 할 사람 없어”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른바 ‘조국 광장 대전’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에 반대해 서울 서초역 사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는 12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검찰개혁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돌아오겠다며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자유한국당도 12일로 예정됐던 대규모 집회를 취소했다. 이로써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위험하게 마주 달리던 이념 대결의 열차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지난 한 달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번갈아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우리사회는 그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진영 갈등을 겪어야 했다. 온라인과 집회 현장에선 반대편을 향한 날선 비난들이 쏟아지며 사실상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 정치권은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도리어 거리로 몰려 나가 지지자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며 대결을 부추기는 데 혈안이 됐다.

두 진영은 거리에서 각자 주장만 외쳤다. 상대방의 주장이 설 공간은 없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서초동에서 마지막 집회를 개최한 12일 우리공화당이 서초경찰서와 성모병원 사이에서 ‘조국 사퇴’를 외치면서 서초동 공간마저 둘로 갈라졌다.

각기 광장의 명분과 속내도 달랐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보수 진영은 겉으로는 조국 사퇴를 외쳤지만 ‘문재인 정권에 타격을 가해 내년 총선에 기선을 잡겠다’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서초동 촛불은 줄곧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집회장 곳곳에선 ‘이제 울지 말자, 이번엔 지키자‘ ’우리가 조국이다‘ 등의 손팻말이 등장해 ‘조국 수호’의 의지를 드러냈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서초동 집회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검찰개혁은 법무부와 국회의 몫”이라며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서인지 촛불집회에 나선 명분이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진영간의 대결은 일상 생활까지 파고들어 가족, 친구, 동료 커뮤니티의 분열을 부추기는 지경이 됐다. 온라인상에선 ‘조국 사태’를 주제로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하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크게 싸웠다는 글들이 적잖게 올라왔다. 한신대 윤평중 정치철학과 교수는 최근 상황에 대해 “광장 정치의 대결은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광장의 진영 대결 속에 제3의 다양한 목소리는 설 틈이 없었다. 조 장관 자녀의 특혜 의혹에 분노한 청년 세대의 경우 대학생 집회를 열기도 했지만 양 진영은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말았다. 청년층의 주장은 조국 반대나 조국 수호와는 다른 결이었지만 묻히고 말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에서 두 편이 갈라졌다고 나오지만 그보다는 세 편으로 갈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서초동, 광화문, 그리고 이 쪽도 저 쪽도 다 지긋지긋하다는 다수의 사람들인데, 마지막 여론이 점점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광장의 극한 대결에는 정치권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광장의 요구가 응답이 되면 자연히 분노도 사그라 들 것이고, 그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이지만 지금은 여야 대표들이 오히려 ’파당적 광장정치‘를 행하며 이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현 상태는 광장 민주주의가 아닌 파당적인 광장 정치”라고 지적했다.

정당정치의 실종으로 부활한 광장정치는 결국 정치 복원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장덕진 교수는 “이 양상이 지속된다면 고도의 정치행위를 통해 당대표회담 등을 통해 푸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 여야에 그런 역할을 할 사람도 없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대통령이 적극 나서서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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