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갖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의 분수령으로 전망됐던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확실한 건을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도리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 제동을 거는 외부 환경을 문제삼고 있다. 실제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 교수에 대한 4차 소환 조사가 끝나면서 검찰 수사는 종착역을 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검찰이 장장 50일 가까이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웅동학원 △증거인멸 등에 관한 광범위한 수사가 벌이고도 핵심인 조 장관 부부에 대한 영장 처리방향을 잡지 못해 검찰 수사 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핵심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구속된 경우는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와 웅동학원 채용 비리 관련자 조모씨와 박모씨 등에 불과하다. 웅동학원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된 조 장관의 친동생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비관론도 번지고 있다. 당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문제를 삼고 나왔다. 그는 12일 제주도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특별강연에서 “검찰에서 확실한 패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 또는 정 교수에 대한 핵심 피의사실을 입증할 ‘스모킹 건’(핵심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뭔가 쥐고 있었다면 압수수색을 많이 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검사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불안할 것이지만,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유 이사장의 발언 또한 수사외압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 관계자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데 청와대와 여권은 물론 법원까지 가세해 제동을 걸고 있다”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검찰은 청와대와 여권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와 서초동의 촛불 또한 ‘살아있는 권력’인 조 장관 수사에 작용하는 외압으로 느끼는 분위기다.
실제 법원이 조 장관 일가의 계좌 추적을 비롯한 수사영장에 제동을 걸면서 검찰은 상당히 애로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비리를 밝히기 위한 계좌 추적 영장이 발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잇따라 기각되고 방배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두 번의 영장 기각 끝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나서 검찰과 법원의 영장 남발 관행을 지적하고 나선 뒤로 법원의 제동이 더욱 심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웅동학원 허위소송과 채용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된 조 장관의 동생 조모(53)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돼 검찰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특히 법원은 조씨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진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 조사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근거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 장기화나 수사 효율성 비판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도 못 보고 휴대폰도 못 보는 ‘깜깜이 수사 환경’이라 수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한계를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