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늑장 대응에 쓴소리
11일 경기 연천군 민통선 내에서 발견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야생 멧돼지 사체. 환경부 제공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연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정부가 총기사냥을 허용하는 등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야생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을 빠르게 차단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멧돼지의 이동반경이 커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번식기가 임박해서야 포획 등 차단책을 허용한 건 바이러스 확산 골든타임을 놓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1ㆍ12일 강원도 연천군과 철원군 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멧돼지 1마리와 폐사체 3개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 3일 연천군 DMZ안 1개 폐사체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한 데 이어 민통선 이남까지 연이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이다.

사실상 대북 방어선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김준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북한에는 6,7월에 이미 평양 인근과 황해도, 개성까지 돼지열병이 유입됐고 남한 접경지역 군부대 막사에서 잔반을 먹이며 사육하는 돼지도 감염된 걸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버린 감염 돼지 사체를 먹은 까치ㆍ까마귀 등 조류가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철원 연천일부 돼지열병 감염위험지역으로지정. 그래픽=송정근 기자

환경부는 그간 멧돼지 총기포획을 금지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방향을 전환했다. 감염지역 300㎢ 안을 ‘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해, 이동 저지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총기포획을 시행한다는 대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 이동 차단망을 설치하지 않고 포획할 경우 멧돼지가 최대 50㎞까지 이동할 수 있어 오히려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멧돼지 ASF 퇴치에 성공했던 체코도 발생 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 총기포획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확산 속도에 비해 멧돼지 포획 허용이 시기가 늦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생멧돼지의 이동이 활발해지는 11월 번식기 이전에 하루빨리 포획을 시작해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멧돼지는 일반적으로 하루 15㎞정도를 이동하지만, 번식기가 되면 하루 최대 100㎞까지 이동할 수 있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멧돼지는 호기심이 많아 다른 개체의 사체에도 가까이 다가가는데다 번식기에는 교미대상을 찾아 축산농가에 자주 출몰하는 등 연쇄적 감염 가능성이 높다”며 “11월~이듬해 1월까지 이어지는 번식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새끼를 낳게 되면 포획 대상도 현재 규모보다 3배는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전국 야생멧돼지는 약 30만마리로 추산된다.

바이러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선 포획과 함께 방조망 등 돼지 축사 보호대책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영 부회장은 “총성으로 멧돼지가 도망갈 우려가 있다지만 지금은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포획ㆍ사살 등을 통해 야생멧돼지에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확산됐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을 오가는 새가 축사에 접근하지 않도록 방조망을 설치하는 등 감염원 차단책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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