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홍해상을 항해하던 이란 유조선에서 외부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사우디 측 구조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란은 선박의 조난 신호에 사우디 당국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사우디는 도움을 주려 했지만 이란 유조선이 응답 신호에 답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국경수비대 대변인은 12일 국영 SPA통신을 통해 “11일 이란 유조선 사비티호 선장으로부터 ‘선수가 부서져 기름이 유출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사비티호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항해를 재개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요청을 받고 구조에 나서려 했으나 이란 유조선 측이 소통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 국영유조선회사(NITC)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앞서 NITC는 사비티호가 조난 신호를 보냈으나, 사우디를 포함한 인근 국가와 선박이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우디 당국은 “우리는 국제 해운법에 따라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유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염방지 조치에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NITC는 사우디 서부 항구도시 제다에서 100㎞쯤 떨어진 홍해상을 항해하던 자국 유조선 사비티호가 미사일 두 발의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도 국영언론(IRNA)에 “홍해에서 이란 유조선을 공격한 행위는 중동에 또다시 긴장을 조성하려는 자의 소행으로 의심된다”며 “서두르지 않고 그 비겁한 공격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역시 “공해에서 상선의 자유 운항을 위험하게 하는 해적과 강도질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해와 가까운 오만해에서도 5, 6월 사우디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유조선이 비슷한 공격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달 14일 사우디의 핵심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큰 타격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발생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치 위험 전문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조선 피격 장소가 사우디 제다와 가까웠다는 점은 사우디 쪽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을 암시할 수도 있다”며 “그 외 이스라엘이나 모종의 테러 조직의 소행이라는 가설도 그럴듯하다”고 분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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