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왕따ㆍ게임아이템 셔틀 등
3년간 사이버 폭력 54%나 늘어
대전의 한 초등학생 A양은 얼마 전 친구들이 모여 있던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만 뺀 나머지 5명이 채팅방을 일제히 나가버리자 큰 충격을 받았다. 따돌릴 한 명만 놔둔 채 모두 나가버려 채팅방을 폭파하는 신종 괴롭힘, 일명 ‘방폭’을 당한 것.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은 새로운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A양을 험담하는 것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과 상태 메시지에 A양을 비난하는 문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폭행, 갈취와 같은 물리적 ‘학폭’보다 다소 경미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피해 확산이 더 빠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6~2018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에서 발생한 사이버 폭력은 2016년(2016년 3월 1일~2017년 2월 28일 기준) 2,122건에서 2017년 3,042건, 2018년 3,271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54.1% 증가한 수치다.
사이버 폭력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괴롭힘’으로 정의되는데, 학생들 사이의 사이버 폭력은 SNS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한 카카오톡 왕따, 일명 ‘카따’가 흔하다. 특정 학생을 카톡방에 초대한 뒤 단체로 욕을 퍼붓는 ‘떼카’, 피해 학생이 카톡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해 욕을 하며 괴롭히는 ‘카톡 감옥’, 위 사례처럼 한꺼번에 카톡방을 나가버려 한 학생만 남게 하는 ‘카톡 방폭’이 대표적이다. 또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무선 인터넷을 상납하도록 하는 ‘와이파이 셔틀’도 빈번한 사이버 폭력 유형 중 하나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아이템을 피해 학생에게서 상납 받는 ‘게임아이템 셔틀’도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사례를 살펴 보면, 사이버 폭력은 직접 만난 적 없이 SNS에서만 알고 지내는 ‘친구’ ‘이웃’ 사이에서 발생하기도 해, 학교 공간 안에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그 피해가 불특정 다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가해 학생이 페이스북 등에 특정 학생의 신체 노출 사진, 특정 학생과의 성관계 사실을 공표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게 대표적이다. 또 SNS 괴롭힘은 가해 학생이 관련 내용을 삭제하면 증거가 남지 않아 역으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사이버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반면 신체적 폭력에 비해 사회적 경각심은 여전히 미진하다.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인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정 시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박선아 책임연구원과 이인재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청소년 사이버폭력 양상 및 예방에 관한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6개국의 사이버폭력 대책을 분석했다. 이들 국가의 예방교육은 학년별로 다른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게임, 동영상 등 수업시간에 활용 가능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다양하게 제공했다. 법적인 내용이나 실제 발생 시 연락할 기관이나 대처법 등 피해자 입장에서 요긴한 정보도 제공했다. 박 의원은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사이버 폭력도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교육하고,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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