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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m 물폭탄에 둑 무더기 붕괴… 日 수도권 교통 한때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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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m 물폭탄에 둑 무더기 붕괴… 日 수도권 교통 한때 마비

입력
2019.10.13 17:52
수정
2019.10.13 22:5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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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태풍 ‘하기비스’ 강타

최소 45명 사망ㆍ실종, 177명 부상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까지 유실

13일 오전 태풍 하기비스가 통과하면서 내린 폭우로 나가노현 지쿠마강 주변 제방이 붕괴해 인근 주택지역으로 강물이 유입되고 있다. 나가노=교도 연합뉴스
13일 오전 태풍 하기비스가 통과하면서 내린 폭우로 나가노현 지쿠마강 주변 제방이 붕괴해 인근 주택지역으로 강물이 유입되고 있다. 나가노=교도 연합뉴스
13일 태풍 하기비스에 따른 폭우로 나가노 차량기지에 정차돼 있는 JR동일본 소속 신칸센 열차 일부가 흙탕물에 침수됐다. 나가노=EPA 연합뉴스
13일 태풍 하기비스에 따른 폭우로 나가노 차량기지에 정차돼 있는 JR동일본 소속 신칸센 열차 일부가 흙탕물에 침수됐다. 나가노=EPA 연합뉴스

일본 열도가 초대형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몰고 온 이제껏 경험한 적이 없는 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NHK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 기준 사망 30명, 실종 15명, 부상자 177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나가노(長野)현 지쿠마(千曲)강 등 제방 붕괴에 따른 하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최종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70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해 7월 서일본호우 당시에도 제방 붕괴로 강물이 주택가를 덮치면서 피해 규모가 확대된 바 있어 일본 정부는 경계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간토(關東)ㆍ도호쿠(東北) 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비를 뿌렸다. 유명 온천지인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마치(箱根町)엔 이날 새벽까지 이틀 동안 1,001㎜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연간 강수량의 30~40% 달하는 양이다. 태풍이 12일 밤 도호쿠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미야기(宮城)현 마루모리마치(丸森町) 힛포(筆甫)엔 24시간 동안 587.5㎜, 후쿠시마(福島)현 가와우치무라(川內村) 441㎜, 이와테(岩手)현 후다이무라(普代村) 413㎜ 등의 큰 비가 내렸다. 이들 지역에선 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폭우로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가 잇따르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21개 하천의 24곳의 제방이 붕괴됐고, 142개의 하천 수위가 제방 높이를 넘어섰다. 이날 나가노현 지쿠마강에선 제방 70m 정도가 붕괴해 주변의 주택지역이 물바다로 변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해 고립된 주민들은 지붕 위에서 자위대 헬기를 향해 수건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지쿠마강의 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는 최대 2주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JR동일본 나가노 차량기지에선 호쿠리쿠신칸센(北陸新幹線) 열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총 10편 120량이 침수됐다. NHK는 “최악의 경우엔 폐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날 저녁부터 하천 범람 위험 지역이 속출하면서 피난 지시와 피난 권고 대상자가 한때 1,300만명을 넘어섰다.

후쿠시마현 다무라(田村)시에선 전날 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제염 폐기물을 담은 포대 10개가 강으로 유출돼 회수했고, 추가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에서도 전날 오염수 누수를 알리는 경보가 울렸으나, 도쿄전력 측은 빗물에 의한 오작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다마(多摩)강이 범람해 인근 주택가에 흙탕물이 유입됐고, 시부야(澁谷)구 공사장에선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꺾였다. 강풍과 폭우로 전국의 42만여 가구와 8만여 가구에 각각 정전과 단수 피해가 발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날 종일 교통이 멈춰섰다. JR동일본 등 철도 운영회사들은 ‘계획 운휴’를 통해 철도ㆍ지하철 등의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이날 오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하네다(羽田)공항과 나리타(成田)공항도 이날 항공기 이착륙이 재개됐으나 일부 출발 항공기는 결항 또는 지연됐다. 대부분의 백화점과 편의점은 전날 영업을 중단해 평소 쇼핑객들로 붐비는 긴자(銀座)나 신주쿠(新宿) 등에선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일본이 주최한 국제행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14일 가나가와현 사가미(相模)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해상자위대의 관함식이 취소됐다. 일본이 당초 한국 해군을 초대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행사로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자위대 파견 요청이 잇따르면서다.

이번 태풍에 따른 인명 피해는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기상청이 당초 우려했던 1958년 9월 시즈오카(静岡)현에 상륙해 1,269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가노가와(狩野川) 태풍 수준에는 이르지 않을 전망이다. 방재 능력의 향상과 함께 일본 정부가 이번 태풍에 앞서 피해 대비를 위해 경각심을 강조한 것이 작용한 결과다.

기상청은 11일 “이번 태풍은 가노가와 태풍에 필적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비를 촉구했다. 1951년 이후 일본에 상륙한 태풍 205개 중 간토지역에 상륙한 건 14개뿐으로, 초대형 태풍을 경험한 적이 없는 수도권 주민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기상청은 전날에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특별경보 발표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긴급 대피하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기상청이 태풍 상륙 사흘 전부터 주의 환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대규모 정전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달 태풍 15호 당시 정부의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한 활동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자위대 등 11만여명의 인력이 구조 및 수색 활동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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