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재소자를 구치소로 찾아가 자질구레한 심부름 등 갖은 옥중 뒷바라지를 해 주는 변호사를 법조계에서는 ‘집사 변호사’라 한다. 집사 변호사의 수용자 접견이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다단계 사기왕’으로 알려진 주수도(63) 전 제이유(JU) 그룹 회장 등을 구치소에서 6개월 동안 1,500회 가량 접견한 변호사들의 징계처분이 더 확실시 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8월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다수·장기 미선임 접견(추정) 변호사 접견 현황'을 통보 받은 뒤 주 전 회장의 변호사 A씨와 B씨 등 2명에 대해 이듬해 5월 징계 개시를 청구했다. 서울구치소장은 '2015년 3월 중 동일 수용자와 접견 횟수 20회 이상, 6개월간 해당 수용자와 총 100회 이상 접견'을 통보 기준으로 잡았는데, 이들은 2014년 10월~2015년 3월 서울구치소에서 주 전 회장을 539회 접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변호사는 주 전 회장을 비롯해 6개월 동안 모두 1,500회나 접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변협은 2017년 2월 A 변호사와 B 변호사에게 각각 정직 1개월과 견책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게 된 변호사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두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사건의 특성상 기초조사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다, 공범이 많은데 구치소 공범 분리 규정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 접견을 할 수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반복적 접견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홍순욱)는 A변호사와 B변호사가 변호사징계위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5년 3월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한 변호사 1,473명 중 94%의 변호사가 월 20건 미만의 접견한 것에 반해, 6개월간 월평균 약 200회 접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며 “대한변협과 변호사징계위가 원고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징계혐의와 관련해 어떤 변호활동을 수행했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둘 다 구체적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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