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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복에 공장 멈출라” 걱정했지만… D램 생산 되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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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복에 공장 멈출라” 걱정했지만… D램 생산 되레 늘었다

입력
2019.10.1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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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수출규제 100일, 반도체가 달라진다] <상>예상보다 적은 규제 영향

 업체들 소재 국산화ㆍ수입 다변화로 대처… “삼성 3분기 생산증가율 20%↑” 전망 

일본 수출규제 정책 시행 후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기자
일본 수출규제 정책 시행 후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기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시행한 뒤 100일이 지났지만, 애초 우려와 달리 우리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였던 국내 반도체 생산량은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 후 오히려 더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일본이 경제보복이 아니라는 명분을 쌓기 위해 일부 품목의 수출을 조금씩 허가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재 수입에 의존해왔던 국내 기업들은 소재 국산화와 수출 다변화에 속도를 내며 위기를 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평가한다.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망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경제산업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경제산업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두 달 뒤면 국내 반도체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이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일본 소재 수입에 90% 이상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런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출규제 정책이 시행된 지 100일이 넘은 13일, 주요 증권업계와 시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D램 생산량 증가율(Bit Growth)은 전 분기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우려와 다른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일본 수출규제 정책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어느 부분을 겨냥했는지 등의 구체적 정보가 부족했고, 또 국내 업체들의 소재 국산화와 수출 다변화 정책 등 능동적 대처 능력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수출규제는 경제보복 조치’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응할 명분을 쌓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일부 품목의 수출 허가를 조금씩 내 준 것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당장 큰 타격을 피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를 정면으로 겨냥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여러 가지 감광액 중 회로선폭이 10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인 미세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용만 수출규제 목록에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10나노급 이상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주로 쓰는 감광액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어 애초 수출규제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에서 반도체 패키징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에서 반도체 패키징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정에도 폭넓게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수출규제 대상에 올랐지만, 국내 업체들의 재고 관리와 국산화 노력, 수입 다변화 정책 등으로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은 8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반도체 기판(웨이퍼)에 얇은 막을 입히는 공정에 쓰이는 기체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해줬지만, 웨이퍼의 식각과 불순물 제거에 사용되는 액체 불화수소는 단 한 건도 수출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남은 액체 불화수소 재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면서, 소재 국산화 등 수입 다변화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업체가 만든 불화수소를 대체 투입하고 중국 등으로 수입 경로를 다변화했다.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기체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의 수출 허가로 일단 숨통이 트였지만, 액체 불화수소는 여전히 재고가 부족한 편”이라며 “남은 재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최근 새로 투입한 국산 불화수소 생산라인의 불량품 비율을 줄이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입 다변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소재인 폴리이미드의 경우 일찌감치 중국산을 대체제로 활용하고 있고, 불화수소 역시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 생산 라인에 투입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가 가장 시급한 품목은 일본 의존도가 가장 높은 EUV용 감광액이다. 일본이 지난 100일 동안 총 3차례의 수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삼성은 6개월 이상의 추가 재고를 확보했지만,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삼성은 현재 일본 기업과 손잡은 벨기에 업체로부터 감광액을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한 수입량과 재고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당장 큰 피해를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일본이 수출을 무기로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 태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수입 다변화 노력은 당장 숨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응급처치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더 늘리는 등 조치를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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