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의 주상복합건물주인 A씨는 2016년 5월 한 건물관리회사와 임대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원활한 임대를 위해 건물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소송 또는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물관리회사 임원인 박모(48)씨는 계약에 따라 1층의 리모델링을 시도하다 위층에 물이 새고 있어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2층과 3층 일부 가구에 “바닥 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거주자들은 건물주가 자신들을 내쫓기 위해 핑계를 대는 거라고 생각하고 이를 거부했다.
박씨는 4차례에 걸쳐 ‘리모델링으로 단수가 될 수 있다’는 공고문을 건물에 붙인 뒤 같은 해 7월 2ㆍ3층으로 물을 보내는 1층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고 잠궜다. 1층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2ㆍ3층에서 물이 새지 않도록 수돗물을 아예 끊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1세대는 약 1년간, 나머지 3세대엔 1년9개월여 수돗물이 끊긴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민들의 반발에 검찰은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사용하지 못한 박씨를 수도불통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만드는 형법 195조의 범죄다.
재판에서도 박씨는 잇따라 유죄를 받았다. 박씨는 “수도 밸브를 설치하지 않으면 1층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수 없었으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피해자들 불편이 계속되는 상황에 실제 리모델링이 필요했다는 등 유리한 사정만 참작해 관대한 처벌을 하긴 어렵다”고 판단, 박씨에게 징역 6월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박씨의 정당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판단했지만, 1심 선고 이후 수도관 밸브를 개방했고 거주자들 책임도 일부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최근 박씨에게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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