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금융 안정보다는 저물가 타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며 재정정책을 강조해온 것을 겨냥해 KDI가 통화정책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반론한 모양새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향후 정부의 재정ㆍ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KDI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수출과 기업투자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전반이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반도체ㆍ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대기업의 위험 회피성 투자 축소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이 경기 하강기에 체감경기를 더욱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올해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한 덕분에 민간 부문 부진에도 우리 경제가 올해 2%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게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재정 확대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 우려에는 “지출 구조조정, 세원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이어 통화정책의 역할도 강조했다. 특히 한은이 저물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의 물가 하락이 디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엔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물가가 반등하더라도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통화정책을 보다 적극적인 기조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KDI는 나아가 “금융 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는 현재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인플레이션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한다”며 통화정책이 보다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여러 일시적ㆍ구조적 요인을 들어 최근의 저물가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은의 입장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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